교신저자:김재룡, 602-715 부산광역시 서구 동대신동 3가 1번지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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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양성 돌발성 체위변환성 어지럼(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은 임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어지럼증 중 하나이다.1) BPPV는 체위성 안진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짧은 잠복기간, 짧은 시간 동안의 안진세기 변화, 가역성, 일시성, 피로성을 특징으로 하는 안진을 보인다. 이 질환의 호발 나이는
50~70대로, 연령 범위는 11~84세까지 다양하며 나이에 비례하여 발생 빈도가 더 높아진다. 여자에서 약 2:1로 남자보다 많다.2)
BPPV의 원인으로는 특발성이 가장 흔하며, 그 외 두부외상, 바이러스성 미로염, 뇌기저-척추동맥 순환 부전, 이과 수술, 메니에르병, 편두통 등이 있다.1) BPPV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가설로는 팽대부릉결석설(cupulolithiasis)과 반고리관결석설(canalolithiasis)이 있다. 임상적으로 상당수의 BPPV는 반고리관결석에 의해 생기며, 후반고리관에 발생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1) BPPV 환자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이석치환술은 우수한 단기 치료 성적을 보이지만, 장기 추적관찰 시 재발률이 높다.3,4)
특발성 BPPV의 기원은 다양하게 논의되나, 그 원인으로 이석의 퇴화가 가장 유력하다.5) 특발성 BPPV의 발생기전은 구형낭반이나 난형낭반의 퇴화로 인해 이석 입자가 떨어져 나온 다음, 반고리관으로 이동하여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전 저자들의 연구에서 흰쥐의 이석이 나이가 듦에 따라 퇴화하여 평형반에서 이석의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하였다.6) 이석의 주 성분은 탄산칼슘염으로, 이러한 이석의 퇴화는 칼슘 대사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골다공증이나 다른 골격계 질환 같은 전신성 질환과 동반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5) 칼슘 대사의 문제는 폐경기와 관련된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석의 노화에 의한 퇴화는 주로 여성에서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Vibert 등은 특발성 BPPV 환자 중 폐경기 이후 여성 32명을 대상으로 골밀도(bone mineral density, BMD) 검사를 시행한 결과, 특발성 BPPV가 없는 군에 비해 BMD가 유의하게 낮다고 하였다.7)
본 연구는 특발성 BPPV 여성 환자에서 연령과 폐경기 유무에 따라 BMD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또한 특발성 BPPV의 유형에 따른 BMD 검사 결과의 차이도 알아보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2005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본원에서 특발성 BPPV로 최종 진단을 받은 여자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인 연구를 시행하였다. 대상 환자 중 특발성 BPPV로 진단 후 1개월 내에 BMD 측정이 가능했던 모든 환자를 포함하였으나, 고관절 또는 요추 골절 병력이 있는 환자, 장기간 스테로이드 요법을 받은 환자, BMD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질환이 있는 환자, 골다공증 또는 골감소증으로 치료 병력이 있는 환자는 제외하였다.
특발성 BPPV의 진단은 전형적인 병력과 Dix-Hallpike 검사 또는 측위안진검사와 같은 체위별 검사 동안 특징적인 안진이 관찰되는 경우로 하였다. 문진이나 검사상 두부외상, 바이러스성 미로염, 뇌기저-척추동맥 순환 부전, 이과 수술, 메니에르병, 편두통이 있는 환자는 제외하였다. 고막 소견과 양온 교대 안진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로 대상 환자를 제한하였다.
BMD 검사는 요추와 대퇴골을 이중에너지 방사선 흡수계측기(dual energy x-ray absorptionmetry; Discovery-w, HOLOGIC, Phoenix, Arizona)로 각각 측정하여 BMD가 가장 낮은 부위를 기준으로 하고, 그 결과는 T-점수로 표기하였다.8) T-점수는 (측정값-젊은 집단의 평균값)/표준편차로 골절에 대한 절대적인 위험도를 나타내기 위해 골량이 가장 높은 젊은 연령층의 BMD와 비교한 값이다. BMD 가 1표준편차만큼 감소하면 골절 위험도가
1.5~2.5배 증가한다. WHO 진단기준에 의하여 T-점수가 -2.5 이하인 경우를 골다공증으로, -1.0 이하를 골감소증으로 정의하였다.9) 대조군은 같은 병원에서 골밀도를 검사한 사람 중 연령별 짝짓기로 선정된 BPPV가 없는 여성 173명이었다.
결과는 연령과 폐경기 유무에 따라 특발성 BPPV군과 대조군의 BMD 검사 결과를 비교하였다. 폐경기 후 여성에서는 연령에 따라 BMD 값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폐경기 전 여성 군에서만 특발성 BPPV의 유형에 따라 3가지 군(후반고리관결석 군, 측반고리관결석 군, 측팽대부릉결석 군)을 나누어 서로 비교하였다. 통계는 t-test와 one way ANOVA를 사용하였다.
결 과
대상 환자 수는 58명으로, 나이는 16~79세(평균 49±15세)였다. 모두 일측성이었으며, 오른쪽과 왼쪽을 침범한 경우가 각각 22예, 36예였다. 연령별로
10~30대 군, 40대 군, 50대 군, 60~70대 군으로 분류하였다. 특발성 BPPV군은 각각 17명, 13명, 9명, 19명이었고, 대조군은 각각 50명, 38명, 28명, 57명이었다. 특발성 BPPV 군에서 골감소증은 각각 10명, 5명, 6명, 7명이었고, 골다공증은 각각 0명, 2명, 1명, 9명이었다. BPPV 군을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모든 연령층에서 유의하게 BMD값이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p<.001, Fig. 1).
폐경기 유무에 따라 폐경기 전 여성 군과 폐경기 후 여성 군으로 분류하였고, 특발성 BPPV군은 각각 29명, 29명, 대조군은 각각 89명, 84명이었다. 특발성 BPPV군에서 골감소증은 각각 13명, 15명이었고, 골다공증은 2명, 10명이었다. 특발성 BPPV군을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폐경기 전후 모두에서 유의하게 BMD값이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p<.001, Fig. 2).
폐경기 전 여성에서 BPPV 유형에 따라 후반고리관결석 군, 측반고리관결석 군, 측팽대부릉결석 군으로 분류하였고, 각각 19명, 6명, 4명이었다. 후반고리관결석 군은 골감소증 8명, 골다공증 2명, 측반고리관결석 군은 골감소증 3명, 골다공증 0명, 측팽대부릉결석 군은 골감소증 2명, 골다공증 0명이었다. 3개 군의 BMD값을 비교한 결과 3군 모두 유의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Fig. 3).
고 찰
BPPV의 발생기전으로 크게 3가지 이석설이 제기되어왔는데,5) 첫째, 정상적인 모양의 이석이 외상이나 이석 연결 섬유의 약화에 의해 떨어져 나온 뒤, 반고리관으로 이동함으로써 BPPV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학설이다. 둘째, 이석이 퇴화하거나 탈 무기화되어 이석막으로부터 조각 형태로 떨어져 나온 다음, 반고리관으로 이동하는 경우 BPPV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셋째, 반고리관 내에서 고밀도 침착물(high density deposit)이 자체 형성되거나 이석으로부터 나온 조각이 반고리관 내에서 융합되고 다시 석회화되어 BPPV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이다. BPPV의 조직병리학적 연구에 관한 다수의 보고가 있다. BPPV를 경험한 환자에서 사후 측두골 조직검사상 후반고리관의 팽대부릉정에 호염기성 침전물이 관찰되었고, 이 침전물은 난형낭반에서 기원한 퇴화한 이석으로 추정되고 있다.10) 또한 BPPV 환자에서 후반고리관폐쇄술 동안에 후반고리관에 자유로이 떠다니는 입자가 관찰되었다.11)
이석기관의 평형반은 이석막과 감각세포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석막은 이석층, 아교층, subcupular meshwork로 배열되어 있고, 이석층은 이석들이 연결 섬유에 의하여 느슨하게 결합되어 쌓여 있다.12) 이석은 glycosylated protein으로 이루어진 중심부(organic core)와 calcite형태로 된 탄산칼슘으로 구성되어있다.13) 이석의 중심부는 발달과정 중 calcite 침착의 뼈대로 작용한다. 이석은 역동적인 구조물로써, 이석의 재생과 수선과정은 평생 일어난다고 추정된다. Takumida 등은 streptomycin 투여 후 이석의 퇴화, 거대 이석의 출현을 관찰한 이후 streptomycin을 중단하였고
8~10주 후 정상 이석으로 회복되었다고 하였다.14) 그러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퇴행성 변화가 우세하여 이석의 소멸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생각된다.6) 이전 저자들의 연구에서 늙은 흰쥐의 경우 연결섬유의 단절, 이석의 부서짐, 이석의 조각들이 젊은 흰쥐보다 흔하게 발견된다는 것을 보고하였고, 고령에서 BPPV 발생빈도의 증가는 노화에 의한 이석 자체 또는 연결 구조의 퇴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6) von Brevern 등은 이석기능평가를 통하여 특발성 BPPV 환자에서 난형낭반의 퇴화를 제안하였다.15)
이석의 퇴화는 신체의 칼슘 대사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Zhang 등은 무중력 상태에서 기른 쥐의 이석의 형태와 칼슘 용량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골과 이석의 형성이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진다고 주장하였다.16) 신체의 칼슘 대사는 폐경기 이후 여성에서 여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해 대사가 더 불안정하므로, 특발성 BPPV 환자가 폐경기 이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혈중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인해 골소실이 증가하고, 이석의 내부 구조 또는 이석이 아교층에 결합되는 부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칼슘 흡수의 증가로 인해 내림프액 내 칼슘 농도가 증가하면 유리된 이석의 용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7) 동물 실험에서 유리된 이석이 정상 칼슘농도를 가진 내림프액 내에서는 완전히 용해되지만, 내림프액 내 칼슘 농도가 높을 경우 용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특발성 BPPV의 발생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17)
특발성 BPPV 환자에서 이석정복술을 시행하였을 때 치료성공률은
70~90% 정도로 보고 되지만,18) 장기 추적관찰시 재발률이 높다. 한 연구에서는 이석치환술 후 재발률은 1년에 15%씩 증가한다고 하였고,3) 다른 연구에서는 20개월에 20%, 60개월에 37%의 재발률을 보고하였다.4) 결국 특발성 BPPV를 일으키는 근본 문제인 이석의 불안정함에 대한 치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골다공증 또는 골감소증이 있었던 대상 환자는 이에 대한 약물 치료 중으로, 장기 추적 관찰 시 이러한 약물치료가 BPPV 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현재 분석 중에 있다.
본 연구는 Vibert 등의 논문과는 달리 특발성 BPPV 환자에서 폐경기 유무와 관계없이 BMD 검사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칼슘 항상성의 증진을 통해 특발성 BPPV 환자에서 재발률을 줄일 수 있을지 더 많은 임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젊은 특발성 BPPV 여성 환자에서 BMD 검사를 시행하여 대사성 골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을 통해 BPPV의 재발뿐만 아니라 대사성 골질환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상 환자가 여성으로 한정되었으나, 향후 특발성 BPPV 남성 환자에서 BMD 측정을 통해 그 결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특발성 BPPV의 유형에 따라 임상적 양상이 다르므로, 이에 따른 BMD 검사 결과를 분석하였으나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대상 환자 수가 적어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결 론
특발성 BPPV로 진단받은 여성 환자에서 BMD 검사 결과는 연령, 폐경기 유무와 관계없이 대조군보다 T-점수가 유의하게 낮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결과는 특발성 BPPV와 대사성 골질환의 발병기전이 유사하며, 특발성 BPPV로 진단받은 환자에서 BMD는 유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발성 BPPV 환자에서 칼슘 대사에 대한 치료가 이 질환의 재발을 줄일 수 있을지 더 많은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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