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저자:박찬흠, 200-704 강원도 춘천시 교동 153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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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아밀로이드증은 섬유소의 세포 외 침착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1,2,3) 임상적으로 다른 선행 질환 없이 아밀로이드가 주로 간엽 조직인 심장, 혀, 소화기 계통 등에 침착하는 일차성 전신성 아밀로이드증, 만성 염증성 질환인 결핵, 류마티스성 관절염, 골수염 등과 동반되어 신장, 부신, 간, 비장 등에 주로 침착하는 이차성 전신성 아밀로이드증, 골수종 관련 아밀로이드증, 한 장기에만 발생되는 국한성 아밀로이드증, 투석 관련 아밀로이드증, 노인성 아밀로이드증, 그 외 유전성 아밀로이드증 등으로 대별된다.2,3,7) 두경부 영역에서 아밀로이드증은 드문 질환으로 호발하는 부위는 혀 및 안구이며, 그 외에는 성대, 이하선 및 점막, 부비동, 경부 림프절, 비인강, 피부 등에서의 발생도 보고되었다.1,2) 이 중 비인강에 발생한 아밀로이드증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며,1,4) 국내에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본 교실에서는 비음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시행한 이학적 검사상 비인강 내 종괴가 관찰되어 수술적 제거를 하였으며 이후 보고된 조직 검사 결과에서 아밀로이드증으로 진단받은 흔치 않은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하는 바이다.
증 례
26세 남자 환자가 내원 2일 전부터 발생한 비음(rhinolalia)을 주소로 본원에 내원하였다. 과거력상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이학적 소견상 구강 내에서 좌측 후구개궁 뒤로 1×1 cm 크기의 황색을 띄는 종괴가 관찰되었으며, 비강 내시경상 같은 종괴가 비인강 측벽에서 유경성으로 기시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Fig. 1). 음성 변화 외 청력 저하나 폐쇄감, 자성강청, 이명 등의 증상은 보이지 않으며, Valsalva 법을 이용한 이관기능 검사상 양측 이관 기능은 정상이었다. 후두내시경 소견상 성대 및 후두에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경부 촉진상에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혈액 검사를 포함한 전신 검사상에서도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경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비인강 내에 1×2 cm 크기의 조영증강이 되지 않는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2).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조직 검사를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종괴의 제거를 원하여 전신마취하에 구강 및 비강을 통한 내시경 적 접근법으로 종괴의 변연을 확인하고, Nd-Yag 레이저로 절제 생검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중 출혈은 거의 없었으며, 정상 비인두와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술 후 병리조직학적 소견상 Hematoxylin-Eosin 염색에서 상피하에 창백하고 호산구성의 균일물질의 침착이 보였으며, 이는 Congo-Red 염색에서 오렌지색으로 염색되는 소견을 보여 아밀로이드증으로 확진되었다(Fig. 3). 수술 직후 환자의 음성 변화는 회복되었으며, 전신성 아밀로이드증의 감별을 위해 혈액종양내과에 의뢰되었다. 일차적으로 시행한 기본적인 혈액 검사와 두부 및 골반부 단순 방사선 촬영상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그 외 이차적인 검사로 골수천자 및 직장 점막에 대한 조직 생검을 권유하였으나 환자의 거부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상기 환자는 현재 수술 후 1년으로 특별한 재발 소견이나 합병증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기적인 외래 추적관찰 중에 있다.
고 찰
아밀로이드증은 1842년 Rokitansky가 처음으로 조직에 침착된 것을 보고하였으며, 1853년 Virchow가 풀과 유사한 염색반응과 모양을 지닌 이물질을 처음으로 amyloid라고 명명하였다.1,2,4) 30세에서 80세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남녀비는 3:1로 주로 남자에게 호발하며 현재까지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1,6)
아밀로이드증은 조직 내에 부정형의 단백양 물질이 침착되는 질환으로 조직학적으로 기저막 가까이에 있는 세포 간격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되어 결절형의 종괴가 발생되고, 주위 세포를 둘러싸게 되어 결국 침착된 기관의 세포 조직을 파괴시킨다.3,7) 이러한 아밀로이드는 β-pleated sheet 모양을 갖는 원섬유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95%가 아밀로이드 성분이고 나머지 5%는 α-glycoprotein으로 알려진 pentagonal subunit로 구성되어 있다. Glenner는 아밀로이드의 원섬유를 구성하는 성분에 따라 AL(The N-terminal sequence of immunoglobulin light chains), AA (An unidentified semiconstant sequence polypeptide), AF(Prealbumin found in familial forms.), AS(Prealbumin found in senile deposits.), AE(Hormonal precursors of APUD tumor)의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4,5,7) 임상적으로는 일차성 전신성(56%), 이차성 전신성(8%), 국한성(9%), 골수종 관련성(26%), 유전성(1%)으로 나뉘며,3,7) AL형은 주로 일차성 전신성 아밀로이드증이나 골수종 관련 아밀로이드증과 관련되며, AA형은 이차성 아밀로이드증과 관련된다.2,3,7)
두경부 영역에서의 아밀로이드증은 기능 장애와 관련된 여러 증상들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질병이며, 대표적으로 혀에 아밀로이드가 침착하는 경우에는 발음장애와 연하곤란이 발생하게 되고 후두에 침착하는 경우에는 애성이나 호흡곤란을 초래하게 된다.3) Patel 등에 의하면 비인강 아밀로이드증 환자들은 대부분 비폐색, 잦은 비출혈, 후비루 및 이관기능장애와 중이 내 삼출액으로 인한 이과적 증상으로 내원하게 되며,1) 본 증례처럼 비음을 주소로 내원한 경우는 없었다.
임상증상이나 병력, 육안적 소견만으로는 진단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방사선학적 소견이 감별진단에 중요하며, 조직학적 소견이 진단에 필수적이다. 본 증례에서는 방사선학적으로 조영증강이 되지 않는 비침습성 종괴 소견을 보이므로 림프종, 신경종, 거대세포종, 연골육종 등을 감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조직검사를 시행하고자 하였으나 환자의 거부로 시행하지 못했다. 환자에게는 절제 생검술 후 조직학적 소견에 따라 이차적인 치료를 시행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하였다.
임상적인 진단은 조직 생검을 통해 조직 내의 아밀로이드 침착을 확인해야 하며, Congo-Red 염색 시 편광 현미경하에서 황록색의 복굴절(원어표기)을 띠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외에도 crystal violet 염색 또는 methyl violet 염색에서 이색성(metachromasis)을 나타내며 periodic acid -Schiff 염색에서는 자주색을 띤다.2,3,7)
아밀로이드증이 진단된 경우에는 혈액 및 소변 내 단백에 대한 면역 전기영동검사를 통하여 다발성 골수종에 병발한 아밀로이드증을 배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류마티스, 교원혈관질환, 매독, 결핵 등과 같은 만성 질환에 의한 이차성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병력 청취 및 류마티스양 인자, VDRL, CRP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전신적인 아밀로이드의 침착 여부를 알기 위해 흉부 X선 검사, 심초음파, 복부 초음파는 물론, 구순 및 치은 점막, 복부 지방조직, 직장 점막에 대한 조직 생검도 필요하다.3,4,7)
현재 전신적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는 없는 반면, 국한성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치료는 수술적 제거이다.1,2) 비인강 아밀로이드증은 보통 경구개 접근법으로 수술하게 되며 레이저를 사용할 경우 재발이 적다고 보고되었다.1,4) 본 증례에서는 구강 및 비강을 통한 내시경적 접근법으로 종괴의 변연이 확인되어 구강 내 접근법을 통해 Nd-Yag 레이저로 절제 생검술을 시행하였다.
전신적 아밀로이드증은 병이 지속되면 대부분 심부전으로 사망하지만 이에 비해 국한성 아밀로이드증은 수술적 제거로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2,7) 단 비인강 아밀로이드증은 접근 및 처치가 힘들어 재발이 많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매우 드물고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예후 및 재발률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다.1,4,8)
대부분의 보고에 따르면 국한성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치료는 수술적 치료를 권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국한성 아밀로이드증에 의해 전신성 아밀로이드증이 발생한다는 증거가 없고,1,6) 국한성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수술로 생존율을 높였다는 보고가 없는 만큼 선택된 환자에서 증상이 없다면 제거 없이 관찰하는 것도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1,8)
본 증례는 이학적 검사상 우연히 발견된 비인강 종괴에 대해 수술적 제거 후 조직 검사상 아밀로이드증으로 진단받은 비교적 흔치 않은 경우로 전신적인 선행 원인의 확인을 위해 자세한 검사 및 타 부위에서의 조직 생검을 권유하였으나 환자의 거부로 시행하지 못했으며, 음성 회복 후 현재까지 특별한 후유증이나 재발 소견이 없이 추적관찰 중에 있다. 하지만, 만성 염증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아밀로이드가 침착되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며 향후 다른 장기에 아밀로이드 침착이 발생되는지에 대한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들은 비인강에 발생한 아밀로이드증을 구강 내 접근법으로 비내시경을 이용하여 절제함으로써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얻었으며, 이는 아직까지 국내에 보고되지 않은 특이한 증례이기에 문헌적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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