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일상 생활에서의 청각은 대부분 소음 속에서 이루어지며, 종종 그 소음의 강도는 청각 역치보다 강한 소리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량이 매우 큰 소리, 불협화음, 높은 주파수의 음 등이 소음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소음으로 인식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성향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서 다르다. 왜냐하면, 청력은 귀의 청각기관만을 이용하여 단순히 소리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청각 및 기억, 감정 중추 등과 관련된 대뇌의 기능이 통합된 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음청력검사와 같은 전통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청각능력을 충분히 측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난청 환자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애의 정도를 정량화하기 어렵다[1]. 이러한 청각능력을 올바르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소음 상황에서 언어 소통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법으로 언어인지검사(speech reception test)를 변형한 hearing in noise test가 개발되었고 한국어로도 제작되었다[2]. Hearing in noise test가 소음 상황에서의 문장이해도를 검사하는 반면, loudness discomfort level 등 소음 자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도 임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3].
수용소음레벨(acceptable noise level, ANL)은 목표 이야기(target story)와 배경 화자 잡음(babble noise)을 들려주어 청취자가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소음의 레벨을 확인하는 검사이다[4]. 일반적인 소음하 청력검사와 다른 점은 소음 환경 속에서 얼마나 잘 들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안정역치(the most comfortable level of loudness, MCL)의 말소리를 듣기 위해 얼마나 큰 배경소음을 견딜 수 있는지 측정한다는 점이다. ANL은 피험자가 수용 가능한 다화자(multi-talker)의 최대 소음 양을 스스로 선택하므로 소음 속 어음인지 시 수용 가능한 소음의 정도를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ANL은 청력 역치[4], 나이[5,6], 성별[7]과 유의한 상관성이 없었고,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ANL이 보청기 착용의 만족도와 착용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보고되었다[5,8]. 또한 정상 청력인 경우, ANL 값이 높고 낮음에 따라 청성뇌간 반응 및 중후기 잠복반응(middle and late latency response)이 차이가 있어 ANL의 차이는 중추 청각신경계에서 관여한다고 제안되었다[9]. 이에 본 연구에서는 ANL을 보청기 및 인공와우 환자 등에게 임상적으로 적용하기에 앞서 정상 청력인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한국어로 제작된 ANL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ANL 수치와 청성뇌간반응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자발적인 지원자 중 난청, 이명 등 이과적 증상이 없고 고막이 정상 소견이며 순음청력검사상 양측 귀의 모든 주파수에서 25 dB 이하로 정상 청력이 확인된 젊은 성인 53명(평균 나이 27.0±5.2세, 범위 19~39세; 남자 23명, 여자 3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병력청취, 이내시경 검사, 순음청력검사, 어음청력검사, 청성뇌간반응 검사, ANL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18세 이하의 소아 또는 청소년 및 65세 이상의 노인, 이전에 난청이나 어지럼증 등의 병력이 있는 자, 급성 또는 만성 중이염의 병력이 있는 자, 정상 고막 소견을 보이지 않는 자, 순음청력검사 및 어음청력검사상 정상 청력이 아닌 자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순음청력검사는 순음청력기기(Orbiter 922; GN Otometrics, Copenhagen, Denmark)와 헤드폰(TDH-39P; Telephonics, New York, NY, USA)을 이용하여 250, 500, 1 k, 2 k, 3 k, 4 k, 8 k Hz의 주파수를 검사하였다. 모든 주파수에서 5 dB 상승-하강법에 의해 역치를 구하였고, 모든 환자에서 양측 귀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였다. 순음청력 평균은 500, 1 k, 2 k, 3 k Hz 역치의 합을 4등분하여 소수점 둘째 자리 이하는 버리고 구하였다. 어음청력검사를 통해 얻은 어음청취역치(speech reception threshold)에서부터 음강도를 5 dB 간격으로 높이면서 ANL 검사의 목표 어음을 조용한 환경에서 들려주었을 때 피검자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강도인 최적안정역치(MCL)를 확인하였고, MCL에서부터 음강도를 5 dB 간격으로 높이면서 ANL 검사의 목표 어음을 들려주었을 때 자극음으로부터 불쾌감이나 압박감, 통증 등을 느끼는 강도인 불쾌역치(uncomfortable level of loudness, UCL)를 구하였다. 청성뇌간반응 검사는 Bio-logic NavigatorⓇ Pro Evoked Potential System(Natus Medical Inc., San Carlos, CA, USA)을 사용하였고, 클릭음을 90 dB 강도로 주었을 때의 I, III, V 파의 잠복기를 측정하였다. I, III, V 파형이 확실히 나타나지 않거나 IV-V 복합파가 관찰되는 경우는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ANL 검사는 한국어로 제작된 CD를 이용하였고, 스피커 위치는 피검자로부터 정면에서 1 m 거리에 위치시켰다[10,11]. 목표 이야기를 남성 목소리로, 배경소음을 8명(남자 4명+여자 4명)의 화자로 하여 피검자에게 실제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듣게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목표 어음을 피검자의 MCL 수준에서 들려주고 동시에 배경 화자 소음을 제시해 피검자가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배경소음수준(background noise level, BNL)을 측정하였다(Appendix). ANL 값은 MCL에서 BNL을 뺄셈을 하여 계산하였다(ANL=MCL-BNL). 본 연구에서 BNL은 어음청취역치보다 10 dB 높은 값에서 시작하여 2 dB 단위로 조절하였고, MCL, BNL 검사는 각각 두 번씩 진행하여 평균값으로 ANL 결과를 산출하였다. ANL 값이 6 dB 이하인 경우는 낮은 ANL군(n=34), 14 dB 이상인 경우는 높은 ANL군(n=6)으로 정의하였다.
모든 통계적 처리는 SPSS 12.0판(SPSS Inc., Chicago, IL, USA)을 이용하여 실시하였다. S남녀 간 순음청력 평균, MCL, BNL, ANL을 비교하고, ANL 값이 높고 낮은 두 군 간의 연령, 성별, 청성뇌간반응 잠복기의 결과를 비교하기 위해 Mann-Whitney U-test를 이용하였다. MCL, UCL, BNL, ANL 간의 상관관계는 Spearman correlation coefficient를 통해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인하였다. 각각의 변수들은 평균±표준편차의 형식으로 기술되었고, 유의수준은 0.05 미만을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 연구는 본 병원의 기관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 IRB(No. EMIRB 15-27)를 통과하였다.
결 과
정상 청력인 53명의 대상자에서 MCL의 평균은 35.2±5.3(범위 17.5~45.0) dB이었고, BNL은 평균 30.2±6.1(범위 15.0~42.5) dB이었으며, ANL은 평균 5.0±4.1(범위 -2~15) dB이었다. UCL의 평균은 55.0±6.1(범위 45.0~67.5) dB이었고, UCL과 MCL, BNL, ANL 간에 각각 유의한 상관성이 없었다(Table 1). ANL은 MCL과 상관성이 없었으나 BNL과 유의한 상관성이 있었고, MCL은 BNL과 유의한 상관성이 있었다. 남자 23명의 MCL은 평균 35.4±5.2 dB이었고, BNL은 평균 30.9±5.9 dB이었으며, ANL은 평균 4.5±4.5 dB이었다. 여자 30명의 MCL은 평균 35.0±5.5 dB이었고, BNL은 평균 29.6±6.4 dB이었으며, ANL은 평균 5.4±3.8 dB이었다. 남녀 간에 순음청력 평균, MCL, BNL, ANL의 평균값들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Table 2).
ANL 결과가 6 dB 이하인 34명에서 청성뇌간반응의 평균 잠복기는 우측 I 파 1.46±0.13 ms, 좌측 I 파 1.43±0.15 ms, 우측 III 파 3.56±0.14 ms, 좌측 III 파 3.62±0.12 ms, 우측 V 파 5.26±0.40 ms, 좌측 V 파 5.39±0.18 ms였다. I-III 파 간 잠복기는 우측 2.12±0.13 ms, 좌측 2.18±0.15 ms였고, I-V 파 간 잠복기는 우측 3.81±0.27 ms, 좌측 3.96±0.18 ms이었다. ANL 값이 14 dB 이상인 6명에서는 우측 I 파 1.42±0.06 ms, 좌측 I 파 1.38±0.11 ms, 우측 III 파 3.52±0.13 ms, 좌측 III 파 3.50±0.11 ms, 우측 V 파 5.38±0.23 ms, 좌측 V 파 5.33±0.24 ms였다. I-III 파 간 잠복기는 우측 2.11±0.14 ms, 좌측 2.13±0.14 ms이었고, I-V 파 간 잠복기는 우측 3.94±0.16 ms, 좌측 3.96±0.19 ms였다. 두 군 간에 남녀 성비, 평균 나이, 청성뇌간반응 검사상 I, III, V 파의 평균 잠복기 및 I-III, I-V 파 간 잠복기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Table 3).
고 찰
수용소음레벨(ANL)은 최적안정역치(MCL)와 배경소음수준(BNL)의 차이를 통해 대상자가 목표 어음을 듣는 동안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배경 화자 소음의 수준이 얼마인지를 측정하는 것이다[4,10]. 소음하 환경에서 얼마나 잘 들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들과는 달리 목표 어음을 듣는 동안 다화자(multi-talker)의 배경소음을 얼마나 잘 참을 수 있는지를 정량화하는 검사로서, ANL이 주관적인 느낌을 평가하는 도구이지만 특히 보청기 사용에 대한 만족도 및 성공 예측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 즉, ANL 수치가 높을수록 배경 소음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낮기 때문에 보청기를 착용할 시 제한이 될 수 있다[4,5,10,15]. Nabelek 등[5]은 보청기를 사용하는 191명의 난청 환자들 중 10시간 이상(full time user)으로 보청기를 사용한 환자들이 필요할 때만(part time user) 사용한 환자들에 비해 배경소음을 더 잘 수용하고, ANL 10 dB이면 보청기 성공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제안하였다. 보청기뿐만 아니라 인공와우[16,17] 환자에서도 유용성이 보고되고 있어, 저자들은 보청기나 인공와우 착용자들을 대상으로 ANL 검사를 시행하기 전에 본 연구를 통해 정상 청력을 가진 젊은 성인에서의 ANL, MCL, BNL을 확인하여 향후 진행될 후속 연구들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상 청력인 53명의 대상자에서 ANL의 평균은 5.0±4.1(범위 -2~15) dB로 Table 4의 다른 연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값을 보였다. Shin과 Lee [10]가 한국형 ANL 검사를 개발하면서 정상 청력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배경소음 화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낮은 ANL 수치를 보여 배경화자 수와 ANL이 반비례 관계임을 보고하였다. 배경소음 인원이 증가할수록 어음인지에 영향이 덜 미친다는 것을 나타내는 바, 본 연구에서는 배경소음을 8명(남자 4명+여자 4명)의 화자로 하여 타 연구들보다 ANL 평균값이 적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ANL 초기 연구들에서는 배경 화자가 1인(남자 또는 여자), 2명(남1+여1), 4명(남2+여2), 8명(남4+여4)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되었으나, 충분히 많은 수의 배경 화자에서 ANL의 검사-재검사 신뢰도가 높다는 최근의 보고들[13,14]을 반영하여 이번 연구에서는 8명의 배경 화자를 이용하였다. 또한, 언어 재료의 유형이 ANL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들[13,18] 로 미루어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와 다른 점도 ANL 평균값이 다르게 나온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측정된 ANL 결과를 판독함에 있어 아직까지 보고자와 연구기관에 따라 다소 다른 언어와 방법으로 통일된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검사기관마다 참고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ANL, MCL, BNL, 불쾌역치(UCL)의 상관관계에서 ANL은 MCL, UCL과 관련이 없었고, BNL과 유의한 상관성이 있었다. 이는 ANL 값을 결정하는 주요인이 BNL, 즉 배경소음임을 암시한다. ANL은 청력 역치4) 및 나이[5,6]와 관련이 없고, 소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시기에도 변하지 않으며[19], 여러 다른 연령군에서 비슷한 분포, 비슷한 평균과 표준편차를 보인다[4,7]는 점들은 ANL 자체가 배경소음에 대한 개개인의 고유한 내재적인 특성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NL을 직접 이용하기보다 MCL을 보완하여 ANL을 계산하는 것은 단순히 조용한 환경에서의 무의미한 소음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어음인지 상황에서의 배경소음을 수용하는 정도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함이다. 남녀 간에 ANL, MCL, BNL 평균값이 차이가 없는 결과는 다른 연구들[4,12,13]과 일치하지만, ANL 값이 6 dB 이하로 낮은 군과 14 dB 이상으로 높은 군 간에 청성뇌간반응 검사상 I, III, V 파의 평균 잠복기의 차이가 없는 것은 기존의 보고[9]와 일치하지 않는 소견이다.
이번 연구의 한계 중 하나는 배경소음을 8명으로 제한하여, 배경 화자가 4명, 2명, 1명인 경우를 검사하지 않은 점이다. 또한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정상 청력을 가진 젊은 성인만을 대상으로 하였고 난청 환자나 노인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후속 연구에서 청력이 정상인 노인들과 보청기를 사용하는 환자를 포함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의 연구에서 제시한 대로[11,20] 본 연구에서는 6 dB 이하를 낮은 ANL군, 14 dB 이상을 높은 ANL군으로 나누어 비교하였으나, 14 dB 이상의 ANL 값을 보이는 대상자가 6명에 불과한 점도 본 연구의 제한 중 하나이다. 높은 ANL군과 낮은 ANL군 간에 청성뇌간반응 V파의 진폭이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고 보고하였으나[21], 이번 연구에서는 청성뇌간반응 검사상 잠복기만 분석하였고, 진폭을 측정하지는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