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두부충동검사는 전정안반사(vestibulo-ocular reflex)를 진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1988년 Halmagyi와 Curthoys [1]는 수평반고리관의 일측성 기능저하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측을 향해 빠른 속도로 머리를 회전시킬 경우 보상성 단속운동이 발생함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통해 2 Hz 이상 고주파 영역에서의 전정안반사를 평가할 수 있었다[2]. 두부충동검사는 안구운동의 측정방법에 따라 공막자기장추적장치(sclera magnetic search coil system)를 이용한 공막탐색코일검사와 나안 두부충동검사(bedside head impulse test, bHIT), 비디오 두부충동검사(video head impulse test, vHIT)로 나눌 수 있다.
공막자기장 추적장치를 이용한 공막탐색코일검사는 두부충동검사 중 가장 높은 검사 정확도를 보이나 검사 비용이 비싸고 침습적이라 임상에서 쉽게 사용하기 힘든 단점이 있으며, 나안 두부충동검사는 진료실에서 쉽게 검사할 수 있으나 검사결과가 정성적이고 부정확한 단점이 있다.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머리 움직임 동안에 발생하는 안구의 속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covert 홱보기(saccade)를 감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정안반사 이득을 직접 측정할 수 있어 나안 두부충동검사에 비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MacDougall 등[3]의 연구에 따르면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현재까지 가장 정밀한 검사인 공막탐색코일검사와 비교하였을 때에도 전정기능 저하를 진단하는 데 있어 그 진단률에 차이가 없으며, 검사가 비침습적이어서 임상에서 시행하기에 훨씬 간편한 장점이 있다고 하였다[3,4]. 이러한 이유로 최근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결과의 임상적 의미와 진단 정확도, 질환별 차이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 연구는 대부분 병원에서 진료환경상 일차진료 시 온도안진검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어지럼으로 내원한 환자의 일차진료 시 비디오두부충동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향후 환자의 전정기능 평가에 임상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에 따라 어지럼증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정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경우 나안두부충동검사,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및 온도안진검사를 시행하였고 말초성 어지럼 환자에서 질환군에 상관없이 온도안진검사의 반고리관 마비(canal paresis, CP)와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이득(gain)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여 일차진료 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또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와 나안 두부충동검사를 온도안진검사를 기준으로 각 검사의 민감도, 특이도를 측정하여, 앞선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는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진단적 유용성에 대해 확인하였다.
대상 및 방법
대 상
본 연구는 2012년 12월에서 2013년 3월까지 어지럼증을 주소로 본원에 내원한 107명의 환자 중 검사 시 협조가 되지 않거나, 이전에 중이염수술을 시행받은 자, 내원 당시 심한 어지럼증으로 인해 검사를 거부한 자, 이학적 검사상 중추신경원인 어지럼증이 예상되어 즉시 신경과로 의뢰한 총 4명의 환자를 제외한 103명(206귀)에서 나안 두부충동검사,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냉온교대 온도안진검사를 시행하였다. 이때 나안 두부충동검사와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외래 첫 진료 시 같은 시험자에 의해 시행되었으며, 온도안진검사는 두부충동검사 시행 후 3일 이내에 시행하였다. 본 연구는 인하대학교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No. 17-010)의 승인을 받은 후 이루어졌다.
방 법
나안 두부충동검사는 앉은 상태로 정면 눈높이에서 1 m 떨어진 곳의 목표점을 응시한 후 수평면 방향으로 우측과 좌측 각각의 방향에서 5번씩 시행하였으며 교정성 홱보기운동(corrective saccade)이 최소 1회 이상 보일 시 양성으로 판정하였다.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수평 방향으로 시행하였으며, 회전진폭은 10~20°, 머리 회전속도(peak head velocity)는 150~200°/sec로 시행하였다.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국내에서 상용화된 검사기기인 ICS impulseⓇ(GN Otometrics, Taastrup, Denmark)를 사용하였으며 좌우 각각의 방향마다 무작위로 20회씩 두부충동을 시행하여 20회 평균 이득 및 overt/covert 교정성 홱보기운동의 유무를 확인하였다. 이때 교정성 홱보기운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득이 0.8 미만일 때를 양성으로 판정하였다.
온도안진검사는 GN Otometrics 사의 Caloric irrigator(Model NCI-480)를 이용하였으며 냉수는 30℃, 온수는 44℃의 온도로 각각의 귀를 교대로 30초간 250 mL로 자극하여 안진의 최대 완서상 안구운동 속도를 구하고 Jongnkee의 공식으로 반고리관 마비가 25% 이상의 경우 양성으로 판정하였다.
통계적 분석방법으로는 chi-square test, independent sample T-test, Pearson correlation을 사용하였고, p 값이 0.05 이하인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하였다.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진단에 대한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area under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ROC) 값을 구하였다.
결 과
본 연구에 참여한 103명의 대상자 중 남자는 58명, 여자는 45명이었으며, 나이는 만 15세에서 만 90세까지 분포하였고, 평균연령은 50.5세였다. 대상 환자의 어지럼증 원인은 일측성 전정장애 34명(33.0%), 메니에르병 22명(21.4%), 편두통성 어지럼 5명(4.9%), 기타 42명(40.8%)이었다.
온도안진검사를 기준으로 측정한 나안 두부충동검사와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민감도 및 특이도 비교
온도안진검사와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상관관계
비디오 두부충동검사가 양성일 때 반고리관 마비 평균값이 50.69±40.35%였으며, 음성일 때 반고리관 마비 평균값은 13.87±24.67%로 측정되었다(Fig. 1). 또한 반고리관 마비 양성일 때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이득은 평균 0.90±0.30이었고, 음성일 때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이득은 평균 1.08±0.17을 보였다(Fig. 2). 이 값들을 Pearson correlation을 통해 분석한 결과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이득과 반고리관 마비 값이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p<0.05)(Fig. 3).
온도안진검사와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결과의 불일치
반고리관 마비 음성을 보이는 148귀 중 12귀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양성을 보였으며, 반고리관 마비 양성을 보이는 58귀 중 28귀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음성을 보였다. 온도안진검사를 기준으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위양성률은 8.1%였고, 위음성률은 48.3%였다(Table 2).
고 찰
두부충동검사는 Halmagyi와 Curthoys가 전정신경절제술(vestibular neurectomy)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전정기능 감소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다[3,5]. 두부충동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Newman-Toker 등[6]이 두부충동검사를 포함한 Head-Impulse-Nystagmus-Test-of-Skew(HINTS) 검사가 급성 전정증후군을 진단하는 데 MRI보다 유용한 것으로 보고한 바있다.
최근에는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MacDougall 등[3]은 전정기능 저하 환자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그 진단적 가치가 표준 검사인 공막탐색코일검사와 동등하다고 보고하였고, Kim 등[7]은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홱보기의 성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며 모니터를 통해 적절한 두부 회전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나안 두부충동검사보다 객관적인 검사결과를 기록할 수 있다고 소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민감도(51.7%)가 나안 두부충동검사의 민감도(37.9%)에 비해 더 높게 측정되었으며, 낮은 위음성률을 보였다. 이는 나안 두부충동검사에서 관찰할 수 없었던 covert 교정성 홱보기운동을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와 다른 전정기능검사를 비교한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와 온도안진검사가 각각 다른 주파수의 전정안반사를 측정하기 때문에 두 검사 사이의 통계학적인 상관관계는 없다는 연구[8]와 전정기능 장애 환자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와 온도안진검사를 비교한 결과 약한 일치성을 나타낸다는 보고[9]가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와 온도안진검사가 높은 일치성을 보이며 초기 전정기능 저하 평가에 두부충동검사가 유용함을 기술하고 있다[10]. 본 연구에서 비디오충동검사와 온도안진검사의 상관관계를 비교하였을 때, 비디오충동검사 결과가 양성일 때 반고리관 마비 값이 유의하게 증가된 것이 확인되었고(Fig. 1), 온도안진검사 양성 환자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시행 시 전정안반사 이득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2). 또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와 온도안진검사의 Pearson 상관계수의 값(r)이 -0.387로 둘 사이의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p<0.05)(Fig. 3).
일부 환자에서는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와 온도안진검사 결과 사이 불일치를 보였는데, 반고리관 마비 값 양성인 환자 중 43.8%(58귀 중 28귀)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위음성이 나타났다. 이는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고주파 전정안반사를, 온도안진검사는 저주파 전정안반사를 반영한 검사로 질환에 따라 또는 전정기능 저하의 회복 정도에 따라 그 검사결과의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앞선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11]. 본 연구에서 위음성을 보인 28귀 중 12귀(42.9%)는 메니에르병으로 진단되었고 14귀(50%)는 전정신경염 환자의 환측 귀로 확인되었다. 메니에르병은 병의 경과에 따라 비특이적인 전정기능 저하를 보이는데 McGarvie 등은 메니에르병에서 내림프수종의 결과로 온도안진검사의 이상을 유발할 수 있으나 고주파 전정안반사는 유지되어 두부충동검사는 정상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12]. Kim 등[13]은 전정신경염의 경우 고주파 안반사의 회복이 저주파 안반사의 회복보다 빨라 두부충동검사의 회복 속도가 온도안진검사의 회복 속도보다 빠르다고 보고하는데, 본 연구에서도 위음성을 보인 전정신경염 환자의 경우 급성기 이후에 고주파 안반사의 회복으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정상을 보이나 저주파 안반사의 회복이 느려 온도안진검사는 양성을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반고리관 마비 음성인 환자 중 8.1%(148귀 중 12귀)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위양성을 보였다. 이 중 6귀(50%)는 일측성 전정기능 저하 환자에서 양측 이득이 모두 0.8 이하로 측정된 경우로, 건 측 6귀에 대해 위양성으로 분류되었다. 위양성을 보인 일측성 전정기능 저하 환자 6명을 분석해 본 결과 병변 측의 이득 평균은 0.58이었고, 위양성을 보인 건 측의 이득 평균은 0.78을 보였으며 이득 비대칭(gain asymmetry)의 평균값을 계산하였을 때 0.14로 측정되었다. 이때 반고리관 마비의 방향과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편위 방향은 모두 일치를 보였다.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나안 두부충동검사보다 민감도가 높고 온도안진검사보다 외래에서 쉽게 시행할 수 있으며 덜 침습적인 검사로, 본 연구는 어지럼증 환자의 일차진료 시 전정기능 평가를 위해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를 시행하는 것의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비디오 두부충동검사가 나안 두부충동검사보다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비디오 두부충동검사의 이득과 온도안진검사의 반고리관 마비 사이에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일차진료 시 온도안진검사보다 덜 침습적이고 간편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함으로써 환자의 전정기능 저하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설명하였듯이 질환 및 병의 경과에 따라 위음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두부충동검사에서 음성을 보였다 하여 전정기능 저하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며 온도안진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전정기능에 대한 평가를 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온도안진검사를 대신하여 어지럼 환자의 초기 평가 시 전정기능 저하를 확인하는데 유용하며, 어지럼 환자의 초기 평가에서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를 통해 양성 시 전정기능 저하를 강력히 의심할 수 있고, 음성 시에는 온도안진검사와 같은 추가 전정기능검사를 통해 전정기능 저하 여부를 평가하는 데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