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성대마비는 신경학적인 원인에 의한 성대운동장애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외상, 감염, 신경계 질환, 종양, 갑상선 질환, 자가면역 질환, 의인성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1,2].
진단을 위해 강직 내시경, 굴곡형 내시경, 후두 스트로보스코피 등을 통해 성대운동을 관찰하며, 후두 근전도를 이용하여 신경손상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3]. 후두 근전도 검사는 후두 근육과 신경의 통합적 기능 상태를 평가하는 검사로 1944년 Weddell 등[4]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고 1950년대에 Faaborg-Anderson과 Buchthal [5]의 연구들로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후두 근전도는 성대마비를 진단하고 성대의 운동장애가 성대마비에 의한 것인지 성대 고정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할 수 있으며, 예후를 예측하여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6]. 하지만 후두 근전도 검사 방법, 판독, 타당성, 임상 적용 등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정확한 안내 지침이 부족하다[6,7]. 그러한 이유로 후두 근전도가 도입된 지 6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비인후과에서 임상적으로 활발하게 이용되지는 못하고 있으며 후두 근전도의 평가항목에 대한 신뢰성 있는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저자들은 후두 근전도 간섭파형과 성대운동 상태를 비교하여 성대마비 예후판정에 대한 후두 근전도의 신뢰성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2012년 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약 3년간 본원 이비인후과에서 성대마비로 진단되어 후두 근전도를 시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후두 근전도 후 성대운동에 대한 추적관찰이 이루어지지 못한 환자들은 배제되었다. 후향적인 차트 분석을 통해 환자의 나이, 성별, 과거력, 초기 성대운동성, 후두 근전도파형, 근전도에 따른 예후 예측, 추적관찰 후 성대운동성을 조사하였다. 모든 연구 과정은 기관 윤리심의위원회 승인을 얻었다(GAIRB2017-260).
성대마비의 진단은 굴곡형 후두 내시경을 이용하였으며, 코를 통해 숨을 들이마시게(sniff inspiration) 한 뒤 /에/ 발성을 통해 성대 및 피열연골의 움직임을 확인하였다.
후두 근전도는 한 명의 후두전문의에 의해 시행되었다. 환자가 앙와위를 취한 후 경부를 약간 신전시킨 상태에서 검사를 시행하였다. 검사는 건측을 먼저 시행 후 환측을 검사하였으며 건측과 환측을 비교하여 파형을 분석하였다. 26게이지 단극 침전극을 사용하였으며, 윤상연골 상연 정중선으로부터 0.5 cm 정도 외측에서 윤상갑상막으로 전극을 삽입하였다. 이후 30~45° 상외측 방향으로 1~2 cm 정도 전진하여 갑상피열근에 대한 삽입전위, 자발전위, 유발전위를 관찰하였다. 환측의 유발전위가 건측과 동일한 간섭양상과 진폭을 가지면 ‘정상’(Fig. 1A), 간섭파형 감소양상(picket fence pattern)을 보이면 ‘불완전마비’(Fig. 1B), 간섭파형이 관찰되지 않을 경우 ‘완전마비’(Fig. 1C)로 분류하였다. 정상 및 불완전마비를 예후 좋음(favor)으로 판정하였고 완전마비는 예후 나쁨(poor)으로 판정하였다.
성대운동성은 3가지로 분류하였으며, ‘완전 회복’은 건측과 동일한 운동성을 보일 때, ‘부분 회복’은 성대의 운동성이 호전되었지만 건측에 비하여 감소된 상태일 때, ‘고정’은 최초 진단 시처럼 성대가 움직이지 않을 때로 분류하였다. 후두 근전도 소견과 외래 추적관찰 중의 성대운동성을 비교하여 후두 근전도에 의한 예후 예측도를 측정하였으며 간섭파형과 성대운동성 간의 연관성을 측정하였다. 통계분석은 SPSS version 18(SPSS Inc., Chicago, IL, USA)의 Pearson’s correlation coefficient를 이용하여 유의성을 분석하였다.
결 과
기간 중 총 34명의 환자가 일측성 성대마비로 진단되어 후두 근전도를 시행받았다. 추적관찰 기간 중 19명의 환자가 배제되었으며 15명이 연구에 포함되었다. 배제 원인은 3명이 피열연골내전술을 시행받아 영구적으로 성대가 고정되었으며, 1명은 후두 전절제술을 시행받았고, 1명은 성문하 협착에 의한 후두 고정으로 진단되었으며, 3명은 사망하였고, 3명은 최초 후두 근전도를 시행하였을 때 정상 간섭파형을 보여 배제하였으며, 8명은 6개월까지 추적관찰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남자는 11명 여자는 4명으로 남녀 비율은 2.75:1이었고 평균 나이는 54.9세였다. 성대마비의 위치는 우측 4예, 좌측 11예였으며 추적관찰 기간은 평균 16.2개월이었다(Table 1).
성대마비의 원인으로는 원인 불명, 특발성(idiopathic)이 4예가 있었으며, 의인성(iatrogenic) 4예의 원인으로는 갑상선 절제술, 식도절제술, 종격동임파선절제술 등이 있었다. 심경부 감염, 대상포진 바이러스 감염, 람세이-헌트(Ramsay-Hunt) 증후군 등 감염에 의한 발병이 3예, 폐암, 종격동 B-세포 림프종, 갑상선암 등 악성종양의 진행 및 침범에 의한 것이 3예 있었다(Table 2).
15명 중 후두 근전도를 시행하였을 때 양호한 예후가 예상되는 환자는 5명으로, 후두 근전도에서 감소된 간섭파형을 보였다. 나머지 10명은 후두 근전도에서 간섭파형이 관찰되지 않아 불량한 예후가 예상되었다.
후두 근전도에서 양호한 예후가 예상되었던 5명 중 추적관찰 중에 성대운동성이 부분 회복된 군이 3명, 완전 회복된 군이 2명이었으며, 예후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대상 중 호전되지 않은 대상은 없었다.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10명 중 7명은 6개월 이상의 마지막 추적관찰 중에도 성대운동성의 호전이 없었으며, 나머지 3명은 ‘완전 회복’되었다. 최초 후두 근전도 결과에서 예상되는 예후와 6개월 이상 추적관찰 후 실제 호전도의 일치도는 80%를 보였다(Table 3).
원인에 따른 후두 근전도 소견과 성대운동성 회복 여부를 비교해 보았을 때, 원인이 암종 침습과 외상인 경우 100%의 일치율을 보였지만 그 이외의 원인들에서는 66.7%에서부터 75%의 일치율을 보였다. 하지만 증례의 수가 적어 원인에 따른 후두 근전도의 예후 예측에 차이가 있는지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다(Table 4).
고 찰
본 연구는 후두 근전도 간섭파형을 분석하여 성대마비 환자들의 예후를 예측하였고, 6개월 이상의 경과관찰 후 성대운동을 확인하여 예후 판정에 대한 후두 근전도의 임상적 유의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성대마비의 치료 방법은 경과관찰에서부터 음성치료, 성대주입술, 갑상성형술, 피열연골내전술, 신경재생술 등 다양하다. 음성 변화, 연하 곤란, 환자의 요구, 전신 상태 등을 고려하여 치료를 결정하며 예후 또한 치료 방법 선택에 중요한 인자이다.
성대마비에서 후두 근전도의 예후 측정에 대한 유용성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표준화된 정량적인 평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성적 평가가 주로 시행되고 있다. Woo [8]는 후두 근전도 유발전위 평가에서 간섭파형이 보이지 않는 ‘전기적 고요(electrical silence)’ 상태라면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후두 기능의 회복 가능성이 낮으므로 조기에 제1형 갑상성형술, 피열연골내전술 등의 영구적인 처치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간섭파형이 전기적 고요를 보이더라도 거대다상전위(giant polyphasic potential)가 동반된다면 중간예후로 분류하고 후두 주입술로 치료하며 3~6개월 간격으로 후두 근전도의 반복 검사가 필요하다 주장하였다[9]. 정성분석에는 간섭양상이 주요 판단 요인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수의 수축이 시작되고 강도가 증가되게 되면 많은 운동단위가 점증되어 간섭양상을 만들게 된다. 이런 간섭양상은 각각의 운동단위 활동전위를 구별할 수 없는 상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간섭전위이다[10]. 신경병변이 있을 때는 점증이 감소되어 피켓펜스(picket fence) 형태의 불완전한 간섭전위를 일으키거나 전혀 파형이 나타나지 않는 전기적 고요 상태가 된다. 일반적으로 피켓펜스 형태의 파형이 나타날 때 불완전마비, 전기적 고요 상태가 나타날 때 완전마비로 평가할 수 있다. 근병변이 있을 때는 정상적인 간섭전위를 나타내나 진폭이 감소되어 신경병성 질환과 근육병성 질환을 감별할 수 있다[6].
본 연구에서는 성대마비 환자에서 간섭파형을 이용한 예후 예측의 신뢰도를 평가하고자 하였으며 80%의 일치도를 보여 간섭파형을 평가하여 예후를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11]. 단순 추적관찰이나 음성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도 성대마비의 기본 치료로 추천되는 상태에서 침습적 치료, 특히 비가역적인 치료의 시행 여부를 조기에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심각한 정도의 음성 변화나 연하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 후두 근전도를 이용하여 성대마비의 예후를 측정하는 것이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예후와 일치하지 않았던 3명의 환자가 있으며, 이는 모두 후두 근전도 시행 시 간섭파형이 관찰되지 않아 예후가 불량할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추적관찰 후 성대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오거나 호전된 경우였다. 이들 세 명의 환자에서 성대마비의 원인은 각각 대상포진바이러스감염, 폐수술 후 발생한 의인성, 특발성으로 다양하였다. 따라서 후두 근전도의 간섭파형이 나타나지 않는 전기적 고요를 보이더라도 모두 예후가 불량한 것은 아니므로 비가역적 수술은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반면, 후두 근전도에서 예후가 좋을 것으로 판단한 환자들은 모두 성대운동성이 향상되었으며 이러한 결과는 성대마비 환자들에 대한 진료와 상담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사 관계 형성과 환자의 긍정적 기다림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성대마비 환자에서 후두 근전도의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신경손상 후 발레리안 퇴화(Wallerian degeneration)가 완료되어야 근육의 탈신경 정도가 확인되므로 약 1주에서 4주의 시간이 소요된다[12]. 이런 이유로 신경학자들은 병변의 종류를 감별하고 중증도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손상 발생 후 3주 이후에 근전도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13,14]. 하지만 후두 근전도의 경우 신경손상이 발생한 뒤 후 두근의 기능적 약화 이후 구축, 신경재생이 진행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6~8주에 후두 근전도를 시행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주장이 있다[14,15]. 저자들은 성대마비 발생 이후 최소 한 달 이후에 후두 근전도를 시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후두 근전도 간섭파형 분석을 통해 성대마비의 예후를 예측하고자 하였다. 이는 정성적 분석 방법으로 객관화된 수치를 보여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임상적으로는 80%의 비교적 신뢰할 만한 예후 예측도를 보였으며, 특히 후두 근전도에서 좋은 예후가 예측되는 환자들의 신뢰도는 100%로 환자 관리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추후 운동단위 활동전위의 정성적 분석을 통하여 성대마비 환자의 평가에서 후두 근전도의 유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