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안와 외향 골절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안와 내벽 또는 하벽에 발생하는 골절로서, 성인에서는 비교적 흔하지만 소아의 경우에서는 해부학 및 골조직 특성으로 인해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소아 안와 외향 골절의 경우 뚜렷한 외상의 연조직 징후가 동반되지 않지만, 골절편으로 연부조직이 감돈되어 안구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이라 한다[2].
이러한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은 적정 시간 내에 수술적 치료를 통해 교정되지 않을 경우 부분 혹은 영구적인 복시 및 안구운동제한 등 합병증이 남을 수 있기에 신속한 진단 및 치료가 수반되어야 한다[1-3].
저자들은 최근 소아에서 발생한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 1예를 조기에 진단하고 수술적 치료로 교정하였기에 이를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12세 남자 환아가 내원 하루 전 길에서 넘어지면서 도로연석에 우측 안와 주위를 부딪힌 후 우안 통증 및 복시를 주소로 본원 외래에 내원하였다. 환아는 수상 직후 두근거림과 구토를 동반한 우측 안와 주변 통증 및 복시로 인근 대학병원 등 외상 전문의가 근무하는 종합병원 응급실 2곳에서 진찰받았으나, 이학적 검사 및 단순 머리뼈 촬영에서 특이소견이 관찰되지 않아 뇌진탕 진단 하에 대증치료 후 귀가 조치되었으며 내원 직전 안과 전문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아 경과 관찰을 권유받았다고 하였다. 이학적 검사상 우측 안와 주위에 점상 출혈 및 부종 등 뚜렷한 연부조직 징후와 안구함몰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통증을 동반한 우측 안구운동제한을 보였다. 안와 골절 유무 판단을 위해 시행한 안면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우측 안와 하벽 골절 소견은 경미하였으나 골절부 주변 안구 연부조직 일부가 골절된 파편에 감돈된 것이 의심되었다(Fig. 1A). 안과적 검사에서 좌측 하내시(inferomedial gaze)와 상방 주시 시 우안 통증과 함께 안구운동제한과 복시를 보였으며(Fig. 2A), 그 외 안압, 시력, 안구정렬, 대광반사 등의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저자들은 수상 직후 발생한 두근거림과 구토 증상이 뇌진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눈심장반사에 따른 것으로 판단, 소아에서 발생한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로 진단하고 지연된 정복술로 인한 영구적인 합병증이 초래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응급 시험적 절개술 및 정복술을 계획하였다. 환아는 활력징후와 심전도를 포함한 기본 술 전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수상 2일째 전신마취하에 속눈썹밑절개 접근(subciliary approach)으로 안와 하벽 골절 정복술을 시행하였다. 절개 전 강제견인검사(forced duction test)를 시행하여 우측 안구의 상방 견인 시 좌측 안구에 비해 상대적인 저항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환측의 아랫눈썹 2 mm 아래에 수평으로 피부절개를 가한 후 눈둘레근과 안와격막 사이를 박리하여 골막을 노출하였다. 골막을 안와하연을 따라 절개 후 Freer 거상기를 이용하여 후방으로 진행하며 안와 하벽으로부터 안와 격막을 거상하였다. 이 과정에서 안와 하연으로부터 1 cm 가량 후방에서 안와 하벽 골절선에 안와 격막과 탈출된 안와 지방이 끼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Fig. 3), 끼여 있는 조직을 안와 하벽으로부터 박리하였다. 이후 강제견인검사를 시행하여 기계적인 운동제한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골막과 피부를 봉합하여 수술을 마쳤다.
안구운동제한은 수술 직후 완전히 소실되었으며 구역과 두통 그리고 복시 역시 수술 당일 완전히 회복되었다(Fig. 2B).
술후 4일째 촬영한 안면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우측 안와 하벽 골절부에 끼였던 안구의 연부조직 일부가 잘 교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Fig. 1B), 술 후 2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특별한 합병증 없이 경과 관찰 중이다.
고 찰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은 드문 외상으로 주로 18세 이하에서 발생하며 1998년 Jordan 등[2]이 안구 주위 수상 후, 안구 연부조직의 부종, 반상 출혈 등이 심하지 않으나 안구운동 장애와 함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라고 처음 정의한 후 많은 임상 의사들에게 진단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4]. 이는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에서 안면부 전산화단층촬영은 대체로 경미한 골절 소견을 보이며 골절부가 작아 안구 조직의 감돈이 아주 적게 보이거나 거의 보이지 않으므로 이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4].
본 증례에서도 환아는 본원 외래 내원 전 다수의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여러 의료 기관에서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안과 등 여러 분야의 외상 전문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았으나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 가능성은 제기되지 않아 진단이 늦어졌다.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의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눈심장반사이다. 눈심장반사는 외안근이 골절편 사이에 끼이거나 안구 내 압력이 상승할 때 발생하는 심장반사로서 구토와 함께 서맥을 일으키고 때론 심정지에 이르기도 한다. 외상 진료 시 눈심장반사는 임상의에게 두개 내 손상 등 외향 골절 외 다른 부분의 이상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여 진단이 늦어지게 한다[5,6].
다수의 문헌에서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은 외과적 응급 상황으로 24~48시간 이내의 응급 수술을 권장하고 있으며[1,2,7], 이것은 Wei와 Durairaj [7]가 광범위한 증례를 분석하여 보고한 종설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본 증례에서도 저자들은 수상 후 48시간 이내에 응급 수술을 시행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에 Yang 등[8]은 적절한 수술 술기를 통해 감돈된 외안근이 완전히 정복된다면 24시간 이내에 수술한 환자군과 24~72시간 사이에 수술한 환자군 그리고 72시간 이후에 수술한 환자군 사이에 수술 성공률에 있어서 통계학적 차이가 없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Kim과 Kang [1]은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을 수상한 후 48시간 이내에 외과적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복시 회복에 평균 1.5개월 미만의 시간이 필요한 반면, 수상 후 48시간 이후에 수술을 시행 받은 환자군은 평균 5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발표한 점 등으로 미뤄,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은 다른 안와 외향 골절보다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증례와 같이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은 비교적 전형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임상적 증상과 영상의학적 소견이 명확하지 않아 경험과 식견이 부족한 임상의는 진료시 감별진단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진단이 지연되기 쉬우며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소아 외상 환자를 다루는 임상의는 white-eyed 안와 외향 골절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숙지해야 하며 의심이 될 때에는 경과 관찰을 하기보다는 충분한 설명에 의한 자발적 동의(informed consent)에 따른 시험적 절개술이 포함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임을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