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개념도 함께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여 사람이 하는 것과 같이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1]. 컴퓨터 하드웨어와 공학 등 관련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도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여 그 의미를 해석해 내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의료 분야에서는 전자의무기록(electrical medical record)이나 의료 영상 전송 시스템(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등을 통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빅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이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일부는 임상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의료계 전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본 종설에서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기본 개념들과 대표적인 알고리즘 모델들을 간략히 설명하고, 최근 이비인후과와 비과 영역에서 머신러닝을 적용한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은 포괄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인공적으로 모사하는 것’을 의미하며, 여러 인공지능 방법 중 크게 ‘규칙 기반’으로 사전에 규칙을 정해서 판단, 추론하는 방법과 데이터를 통해서 모형을 학습하게 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방법은 인간이 미리 정해둔 규칙을 통해서 판단을 하게 되지만,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학습 알고리즘에 집어넣어서 그러한 규칙들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만드는 알고리즘 방법이다. 딥러닝은 이러한 머신러닝의 여러 방법론 중의 하나로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Fig. 1).
머신러닝은 1959년에 처음 소개될 정도로 오래된 개념이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이는 고속 인터넷의 보편화 및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 그리고 무엇보다 빅데이터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머신러닝의 학습에는 기본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데이터의 양에 따라 머신러닝의 성능이 좌우되므로 충분한 데이터의 확보는 인공지능 개발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의 질(quality) 역시 머신러닝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학습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오류가 있는 데이터는 머신러닝의 성능을 저하시키고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학습 이전에 반드시 데이터의 질을 평가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머신러닝과 기존 통계학의 차이
머신러닝과 기존의 전통적인 통계학(traditional statistics)은 데이터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면에서 서로 비슷하다. 실제로 선형 회귀(linear regression)와 같이 머신러닝의 많은 기법들이 통계학의 기법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목표와 전략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 통계학은 일반적으로 작은 데이터셋(data set)을 다루며, 결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자들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추론(inference)과 가정(assumption)을 중시한다. 하지만 머신러닝은 빅데이터에 보다 적합하며,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예측(prediction)에 집중한다[2]. 두경부 암의 생존율을 예로 들면, 기존의 통계학에서는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인자들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머신러닝에서는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서 새로운 환자의 생존율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예측 모델링의 진행과정
머신러닝을 이용한 예측 모델링(predictive modeling)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데이터 수집(data collection)
2) 데이터 전처리(data preprocessing): 데이터를 정제해서 머신러닝 모델의 입력에 적합한 형태로 바꿔주거나, 데이터의 기존 속성(feature)을 조합해서 새로운 속성을 생성
3) 탐색적 데이터 분석(exploratory data analysis): 데이터의 특징을 찾고, 숨겨진 패턴을 발견
4) 모델 선택(model selection): 주어진 문제와 데이터에 맞는 적절한 모델과 속성을 선택
5) 평가 및 적용(evaluation & application): 만들어진 머신러닝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고,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예측을 실행
고전적인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종류
머신러닝은 지도학습, 비지도학습과 강화학습의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은 입력값(input)과 함께 정답값(label)을 주고 학습을 시키는 방법으로, 알고리즘을 실행하면서 얻어진 결과와 정답값을 함께 비교하면서 반복적으로 훈련해 나가는 방법이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다수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여기에 해당하며, 분류(classification)와 회귀(regression)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된다. 이에 반해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은 정답값이 없이 입력값만을 이용하여 학습을 시키게 되며, 하위 범주로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차원 축소(dimensionality reduction)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은 결과값 대신 어떤 작업을 잘 수행했을 때 보상(reward)을 주는 방법으로 학습을 시킨다(Fig. 2).
딥러닝(Deep Learning) 소개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여러 방법론 중의 하나로 인공 신경망(ANN)이 발전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1943년에 처음 소개된 인공 신경망은 두뇌의 신경세포, 즉 뉴런이 연결된 형태를 모방한 모델로, 인간의 신경 구조를 복잡한 스위치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유래되었다[3]. 그리고 1958년 Rosenblatt [4]은 퍼셉트론(perceptron)이라는 선형분류기 모델을 제안했는데, 이는 입력(input)과 가중치(weight)들의 곱을 모두 더한 뒤 활성화 함수(activation function)를 적용해서 그 값이 0보다 크면 1, 0보다 작으면 -1을 출력하는 구조였다(Fig 3A). 현재 사용하는 딥러닝 모델도 근본적으로 퍼셉트론과 같은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구조를 여러 개의 노드(node)와 다층의 레이어(layer)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단순한 퍼셉트론 만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없었기 때문에 은닉계층(hidden layer)이라는 중간층을 추가하여 한계를 극복한 다층 퍼셉트론(multilayer perceptron)이 소개되었다(Fig 3B). 여기에서 퍼셉트론을 여러 층으로 쌓을수록 학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순방향(feed forward) 연산 후 예측 값과 정답 사이의 오차를 후방(backward)으로 다시 보내주면서 학습시키는 방법인 역전파 알고리즘(backpropagtion algorithm)으로 해결되었다[5]. 하지만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깊은 층수를 쌓을 경우, 역전파 학습과정에서 데이터가 사라져 학습이 잘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인공 신경망은 정체기를 겪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Nair 등[6]에 의해 사전 학습(pretraining)이나 ReLU와 같은 새로운 활성함수의 적용, 그리고 학습 도중에 고의로 데이터를 누락시키는 방법(dropout)[7] 등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깊은 층을 갖는 신경망 학습(deep neural network)이 가능해졌고, 이후에 인공 신경망은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딥러닝이 최근 널리 유행하게 된 이유에는 기존 인공신경망의 한계를 극복한 알고리즘의 개발과 신경망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학습데이터의 축적, 그리고 신경망 학습에 적합한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 등을 들 수 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비교
딥러닝은 스스로 데이터의 특성을 찾아내어 스스로 학습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머신러닝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머신러닝 기법에서는 사람이 직접 추출하고 분석한 데이터의 특성을 기반으로 학습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학습 특성은 수행하는 작업에 따라 종류가 많고 어떠한 특성들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모델 성능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딥러닝을 이용한 학습에서는 스스로 이러한 특성들을 찾아내고 특성 학습을 수행한다. 이밖에도 딥러닝과 기존의 머신러닝 기법 사이에는 여러 차이점들이 있다(Table 1).
대표적인 딥러닝 알고리즘: CNN과 RNN
최근 널리 이용되는 딥러닝 모델에는 합성곱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과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 RNN)이 있다. 여기에서는 두 모델의 기본개념만을 간략히 소개하겠다.
CNN은 이미지를 인식하여 분류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모델로 의료 분야의 영상 분석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딥러닝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딥러닝은 그 특성상 대상 영상의 특성과 상관없이 일반적인 모델링이 가능하다. 특히 신경망의 계층적 구조는 영상의 일반적인 특성들뿐만 아니라 영상의 색이나 테두리 선과 같은 하위 수준의 특성들까지 스스로 추출하여 학습할 수 있다. CNN에서는 이미지의 위치, 크기, 각도 변화 등에 의해 왜곡되는 것과 상관없이 이미지를 인식하기 위해 컨볼루션(convolution)과 풀링(pooling)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이미지 데이터에서 추상화된 정보를 추출한다. CNN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초반에는 컨볼루션과 풀링 과정이 반복적으로 존재하고, 마지막 부분에는 다층 퍼셉트론 구조의 fully connected layer를 붙여서 분류기(classifier)의 형태를 갖게 된다. 컨볼루션 단계에서는 입력된 이미지에 여러 가지 필터(filter)를 사용하여 이미지의 특징을 도출하고, 풀링 단계에서는 이미지의 특징은 유지하면서 이미지의 크기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하나의 이미지에서 그 이미지의 개별 특징들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은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게 된다(Fig. 4). 그리고 Inception이나 ResNet과 같이 기존의 잘 학습된 CNN 모델의 내부에 있는 필터셋(filter set)들은 다른 문제 해결에도 사용될 수 있는데 이를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이라고 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적은 수의 데이터로도 우수한 성능의 CNN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최근 의료 분야에서 발표되고 있는 딥러닝을 이용한 이미지 분석 연구들은 대부분 이러한 CNN 기법과 전이 학습을 이용하고 있다[8-10].
RNN은 시계열 데이터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한 인공 신경망으로 내부에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 오는 층(layer)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출력 데이터를 재귀적으로 참조한다. 여기에서 ‘재귀’는 현재의 결과가 이전 결과와 연관성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RNN은 음성인식, 기계번역, 이미지 설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데, 대표적인 예가 단어나 문장을 완성해 주는 알고리즘이다. 이전에는 여러 기술적인 문제로 깊은 RNN은 학습이 불가능했으나, 최근 장단기 기억(long short-term memory, LSTM) [11] 모델과 gated recurrent unit [11] 모델이 발표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의료 분야에서도 시계열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딥러닝 연구들은 RNN의 한 종류인 LSTM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12].
딥러닝의 한계
딥러닝 모델들이 기존의 머신러닝이나 인공 신경망의 한계를 뛰어 넘으면서 의료 분야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활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이 필요한 제한점들이 있기때문에 기존의 머신러닝 모델들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딥러닝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첫째, 딥러닝 모델에서는 결과가 잘 나오더라도 모델이 어떻게 그 결과를 도출하였는지에 대한 해석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를 블랙박스(black box) 모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모델이 이 환자에게 필요한 처방을 예측했다하더라도, 왜 그런 처방이 나왔는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둘째,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에 따라 다르지만 데이터가 적은 경우에는 딥러닝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임상에서는 여러 제한들 때문에 딥러닝 모델을 만들기에 필요한 데이터의 양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가 많다. 셋째,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계산량이 필요하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 고사양의 컴퓨터 하드웨어와 상대적으로 긴 학습 시간을 요구한다. 따라서, 결과의 해석이 필요하거나, 데이터의 양이 적은 경우, 그리고 짧은 학습 시간이 필요할 때는 기존의 머신러닝 모델이 딥러닝 모델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임상에서 머신러닝의 적용
머신러닝이나 딥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 분야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딥러닝 기법의 발달로 이미지 분석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영상 분야에서 많이 적용되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실제 임상에 사용되고 있다. 영상 분야에서 머신러닝의 역할은 크게 이미지를 통해 특정 질환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분류, 이미지에서 특정 장기나 병변을 자동으로 분리할 수 있는 분할(segmentation)과 컴퓨터보조검출(computer-assisted detection) 방식의 병변 자동 검출, 그리고 저품질의 영상에서 고품질의 영상과 유사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모의(simulation) 등이 있다[13]. 개인별 맞춤 치료를 추구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의료 분야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치료의 결과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분류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머신러닝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한 연구
이비인후과 분야도 다른 의료 분야와 마찬가지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을 이용한 연구들이 진행중이다. 그 중에서도 두경부 영역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데, CNN 모델을 이용하여 내시경이나 CT, MRI 같은 영상에서 암 병변 부위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전체 종양의 부피를 계산하거나[14,15], 후두내시경에서 병변에 따라 자동으로 질환을 분류하기도 한다[16-19]. 이와 같이 이미지나 영상만을 가지고 질환을 자동 진단(automated detection)하기 위한 연구들이 광학생검(optical biopsy)이라는 이름으로 시행중이다[20]. 이밖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두경부암 환자의 생존율이나 합병증 발생, 경부 림프선 전이, 재발 여부 등을 예측하는 연구들도 시행되고 있다[21-28]. 이과 영역에서는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하여 돌발성 난청 환자의 예후나[29,30], 청신경초종 수술 환자에서 청력 보존이나 재발 여부[31,32], 그리고 인공와우 수술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33]. 그리고 CNN 모델을 통해서 이내시경이나 안면 사진, CT/MRI 이미지를 분석하여 고막 천공이나 중이염, 외이기형, 신경초종 등을 자동 진단하는 연구들도 시행되었다[34-39].
비과 영역에서 머신러닝 연구
비과 영역에서도 머신러닝을 이용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하여 만성 부비동염의 표현형(phenotype)을 분류하는 연구가 주된 흐름이었으나, 근래에는 CNN과 같은 딥러닝 기법을 이용한 연구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Table 2).
만성부비동염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임상 소견에 따른 표현형뿐만 아니라, 분자수준의 면역학적 특성을 반영한 내재형(endotype)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바이오마커(biomarker)를 이용하여 만성부비동염을 분류하는 시도들이 있어 왔다. 이를 위해 머신러닝으로 빅데이터를 다루는 접근 방법을 통해 만성부비동염을 분류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어 왔는데, 대부분의 연구가 군집화 알고리즘(clustering algorhithm)을 이용하였다. 군집화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특성의 유사함에 따라 일정 수의 군집으로 분류하는 알고리즘으로, 이때 입력된 데이터는 특성값만 존재하고 결과값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머신러닝의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에 해당한다. 머신러닝이 적용된 만성부비동염 분류 연구에서는 데이터의 특성에 따라 증상, 비용종, 흡연력, 천식 유무 등과 같은 임상 소견을 이용한 연구와 세포표지자(cell marker)나 사이토카인(cytokine)과 같은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임상 소견을 데이터 특성으로 이용한 연구를 살펴보면, Soler 등[40]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382명의 만성부비동염 환자에서 32개의 특성을 사용하여 군집화 분석을 시행했을 때, 대상 환자들이 5개의 군집으로 분류되었고, 나이, 생산성 저하, Sino-nasal Outcome Test(SNOT-22) 점수가 군집을 분류하는 데 가장 의미있는 특성이었다. 하지만 비용종 유무, 아토피, 천식, 아스피린 과민성 등과 같이 기존에 만성 부비동염의 표현형을 구분하는 데 중요하게 여겨졌던 특성들은 그 중요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Lal 등[41]은 비용종을 동반하지 않은 146명의 환자에서 SNOT-22 점수에 따라 군집 분석을 시행하였는데, 4개의 군집(severe, moderate with sinonasal symptoms, moderate with pychological sleep symptoms, mild)으로 나눌 수 있으며, severe 군집의 경우에는, 비용종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천식 및 조직내 호산구(tissue eosinophilia)와 강한 상관 관계를 보였다. 바이오마커들을 이용한 연구들을 보면, Tomassen 등[42]이 수술 후 조직에서 사이토카인을 이용한 군집 분석을 시행하였다. 대상 환자들은 10개의 군집으로 분류되었고, 이 중 3개의 군집이 비용종과 천식에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나머지 3개 군집에서는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Kim 등[43]은 비용종을 가지고 있는 375명의 환자에서 점막과 혈중의 호산구 수, 나이, CT소견, 천신 유무 등 6개의 특성을 가지고 군집 분석을 시행하여, 6개의 군집으로 분류하였다. 이 중 2개의 군집에서는 천식과 관련이 되었지만, 나머지 4개의 군집에서는 상관성이 없었다. 이상의 군집 분석 연구들에서 임상 소견 특성을 이용한 연구와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연구들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연구들에서는 비용종과 심한 증상 및 염증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반면, 임상 소견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반대로 둘 간에 상관관계가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머신러닝 관련 연구들은 만성부비동염의 분류에서 기존 연구들과는 일부 상반되는 결과들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머신러닝 모델 자체의 특성상 몇 가지 제한점들이 있으므로 해석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구 대상 환자들의 수가 일반적인 빅데이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이비인후과, 특히 비과 영역의 임상 연구에서 빅데이터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 연구들의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이종 오류(type II error)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연구자가 대상 환자와 데이터의 특성을 어떻게 선택하는가에 따라 모델의 성능 뿐 아니라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44].
비과영역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한 다른 분야는 여러 딥러닝 기법을 이용하여 영상 이미지를 자동 분류해 내는 연구들이다. 최근 Chowdhury 등[45]은 CNN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부비동 CT에서 osteomeatal complex의 폐쇄 여부를 자동으로 분류해 내는 딥러닝 모델을 보고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만성부비동염 환자 239명의 부비동 CT에서 추출한 956개의 관상(coronal) 이미지에 osteomeatal complex의 폐쇄 여부를 labelling한 다음, 기존에 이미 128만 장이 넘는 이미지들로 학습되어 있는 Google의 Inception-V3 CNN 모델을 통해 전이 학습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osteomeatal complex의 폐쇄여부 진단에서 85%[95% confidence interval(CI), 78~92%]의 정확도를 보였고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s curve (AUC)값은 0.87이었다. Huang 등[46]은 675개의 부비동 CT 이미지를 Inception V3 모델로 전이 학습시킨 결과, CT상에서 전사골동맥(anterior ethmoidal artery)의 위치를 82.7%의 정확도와 AUC 0.86으로 분류해 낼 수 있었다. 이밖에 최근에는 690명의 환자에서 시행된 부비동 CT를 CNN 모델로 학습시켜서, CT상에서 부비동 부분만을 분할하여 부비동의 전체 부피와 혼탁 정도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모델이 보고되기도 하였다[47].
딥러닝 기법을 이용하여 비인두암를 진단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시행되었다. Li 등[48]은 27536개의 비인두 내시경 이미지를 CNN 모델을 통해 학습시켰고, 비인두암 진단에서 88.0%(95% CI, 86.1~89.6%)의 정확도를 보여 전문의(80.5%)나 전공의(72.8%)보다 우수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또한 이 딥러닝 모델이 비인두암의 병변 부위를 분할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보고하였다. Li 등[49]은 MRI 이미지를 CNN 모델에 학습시켜 비인두암의 병변을 자동 분할하는 모델을 만들었고, 이 모델의 dice similarity coefficient(DSC)는 0.89±0.05로 높은 정확성을 보고하였다. Liang 등[50]도 비인두암 환자에서 방사선 치료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두경부 CT에서 주요 장기를 자동 분할하는 CNN 모델을 보고하였는데, 뇌간, 안구, 수정체, 후두, 구강, 척수, 이하선, 하악, 유양돌기 등 대부분의 장기에서 DSC 0.85 이상의 정확성을 보였다.
최근에는 비과 영역의 병리 분야에서도 딥러닝 기법을 활용한 시도가 있었다. Dimauro 등[51]은 디지털화된 nasal cytology 이미지에서 CNN 모델을 이용하여 세포를 자동 분리한 다음, 세포들의 종류까지 자동으로 구분하는 연구를 시행하였는데, 세포를 분리하는데 97% 민감도, 세포 종류 진단에는 99% 정도의 정확성을 보였다.
이 밖에 안면 성형 분야에서도 머신러닝 기법들이 적용되고 있다. Borsting 등[52]은 일반인에서 코 성형 시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22686장의 코 성형 전후 안면 사진을 CNN 모델에서 학습시켰고, 안면 사진만으로 85%에서 코 성형 여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Dorfman 등[53]은 안면 사진을 통해 나이를 예측하는 CNN 알고리즘(Microsoft Azure Face API)에 100명의 코 성형 환자들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전이 학습시킨 결과, 코 성형 수술 후 평균 약 3.1년 정도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