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매독(syphilis)은 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는 성매개병(sextually transmitted disease)으로 매독의 진행과정에서 매독균이 뇌, 수막, 척수를 감염하는 신경매독(neurosyphilis)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매독은 다양한 임상증상으로 발현될 수 있으며 그 중 수막을 침범하는 신경매독이 가장 흔한 임상 증후군이다. 신경매독은 눈의 결막, 포도막, 유리체를 침범하여 시력감소를 일으킬 수 있고, 얼굴마비, 청력소실과 같은 뇌신경마비 증상을 보일 수 있고, 드물게 척수를 침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신경매독은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인 다발성경화증, 뇌종양, 베르니케뇌병변, 중추신경계 감염, 전해질 장애, 뇌졸중, 뇌출혈 등과 감별이 필요하다. 신경매독의 감염 과정 중 매독균이 내이나 청신경을 침범하게 되면 난청, 이명,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경매독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과거 진행성 청력감소의 중요한 원인이었으나 페니실린 사용 이후에 드문 질환이 되었다. 매독은 페니실린 사용 이후에 급감하였으나 최근 국내에서의 매독 발생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질병관리청의 ‘최근 5년간 국내 성매개감염병 신고 발생 동향’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8017명의 매독 환자가 신고되었고 연평균 22.4% 증가하였다[1]. 매년 매독 발생이 증가하고 매독에 의한 난청은 치료 가능한 감각신경성 난청의 원인 중 하나인 점에서 신경매독의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신경매독에 의한 난청은 매독균의 일차 감염 초기에 나타나지 않고 몇 년 지나서 나타나게 되나, 면역저하자들은 전격성 과정을 통해 신경매독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다[2]. 항인터루킨 17A 단일클론항체(anti-interleukin 17A monoclonal antibody)인 secukinumab은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 및 건선(poriasis)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약물이며, 부작용으로 기회감염이나 점막 피부 칸디다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약물로 알려져 있다. 인터루킨 17 (interleukin 17)은 자가면역 질환과 염증성 질병을 조절하는 역할도 있지만 인터루킨 17이 후천성 T세포 면역 반응을 통해 매독 초기의 cerebrospinal fluid (CSF)에서 매독균의 제거에 관여하기 때문에 항인터루킨 17A 단일클론항체의 사용이 매독 환자에서 드물게 면역 체계의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면역 체계의 저하는 전격성 신경 매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3,4].
국내에서는 1991년 Seol 등[5]이 이성매독의 임상청각학적 관찰 결과에 대해 기술한 이후 이성매독에 의한 돌발성 난청에 대한 보고가 드물며 다양한 면역질환에서 면역억제제 사용의 증가로 인해 이성매독이 발생하고 있다. 본 저자들은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로 항인터루킨 17A 단일클론항체인 secukinumab을 사용한 환자에서 전격성 신경매독에 의해 발생한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임상적으로 이성매독에 의한 돌발성 난청의 조기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이성매독의 진단 과정 및 치료법에 대해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3세 남자 환자가 양측 청력감소, 이명을 주소로 본원 응급실을 통해 내원하였다. 환자는 요통으로 8년 전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고 본원 류마티스 내과에서 tumor necrosis factor inhibitors로 16개월간 adalimumab, 10개월간 infliximab, 3개월간 golimumab, 15개월간 etanercept를 투약하며 강직성 척추염을 조절하였지만 관절 통증 지속되어 1년 전부터 단일클론항체 중 한 종류로 인터루킨 17A 억제제인 secukinumab을 투약 중이었다. 환자는 내원 1주일 전부터 두통과 경부통증을 호소하였고, 4일 전부터 양측의 청력 감소 그리고 ‘윙’거리는 양상의 박동성 이명을 호소하였다. 어지러움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으며 신체검사에서 양측 고막을 포함한 이비인후과적 검사는 정상이었다. 양측 돌발성 난청 의심하에 10일간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은 후 퇴원하였다. 이후 병원을 내원하지 않다가 응급실 퇴원 14일 후 양측 청력 감소 증상으로 이비인후과 외래로 내원하여 시행한 청력검사에서 순음청력검사상 양측 고도 혼합성 난청 소견을 보였으며, 어음명료도검사에서는 양측 0%로 나타났다(Fig. 1A). 청성뇌간반응검사에서는 우측은 70 dBnHL에서 V 파형이 확인되었으나, 좌측은 90 dBnHL 음에 V 파형이 확인되지 않았다. 악화되는 두통과 양측 손바닥 및 가슴부위의 구진성 반점으로 입원하여 검사한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중뇌 연수막의 조영 증강양상과 7번, 8번 신경의 뇌신경막을 따라 조영 증강 양상이 확인되었다(Fig. 2A and B). 입원중 시행한 혈청 검사에서 blood 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 (VDRL) 검사 양성(1:32), Treponemal pallidum hemagglutination assay (TPHA) 검사 양성(1>640),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음성 소견 확인되었고,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백혈구 470/mm3, 단백질 1.32 g/L, VDRL 검사 양성 소견으로 신경매독으로 확진되었으며, 이후 시행한 문진에서 피부 발진이 발생하기 2달 전 성매매 경험과 1달 전부터 발생한 무통성의 생식기 궤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는 신경매독 진단하에 14일간 항생제 ceftriaxone 2 g을 하루에 두 번 정맥으로 투여하였고, 스테로이드로 dexamethasone 10 mg을 5일간 정맥으로 투여 후 감량하였다. 7일간 치료 후 시행한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 감소(130/mm3)와 단백질 감소(0.99 g/L)가 확인되었다. 14일간 치료 후 두통은 호전되었고 뇌 자기공명영상(MRI)상 뇌수막 병변이 호전되어 퇴원하였다(Fig. 2C and D). 좌측 귀의 청력은 치료 후 차차 회복되었고 우측 청력은 치료 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1년 후 시행한 순음청력검사에서 좌측은 전농이었으나 우측은 6분법 평균 60 dBnHL으로 호전되었고, 어음명료도검사에서 우측 0%에서 52%로 호전되어 현재까지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Fig. 1C).
고 찰
매독은 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는 성매개 질환으로 다양한 기관에 침범하여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합병증으로 청력 손실, 이명, 어지럼증과 같은 전정와우신경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Roders와 Murphy [6]는 172명의 매독 환자 중 5명의 환자(3%)에서 난청 소견을 보였다고 보고하였으며, Zoller 등[7]은 306명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들 중 20명(6.5%)이 매독 항체 검사에서 양성으로 보고하였다.
이과적 증상이 동반된 매독을 이성매독(otosyphilis)이라고 하며, 이성매독은 급성 또는 진행성의 청력 감소, 이명, 어지럼증 등의 증상과 매독과 관련된 혈청학적 검사(TPHA, RPR, VDRL)가 양성 소견을 보이고 다른 원인이 배제될 경우 진단될 수 있다[8]. 매독과 동반되는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편측이거나 양측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빠르게 진행되며 이번 증례와 같이 돌발성 난청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9]. 매독에서 동반되는 이과적 증상으로는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이 75%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이명(62%), 현훈(45%) 증상이 다음으로 흔하다. 이성매독에서의 난청은 대부분 감각 신경성 난청을 보이나 측두골의 골염과 이어지는 내림프 수종을 통해 Arain 등[10]이 보고한 바와 같이 전음성 난청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초기 양측 혼합성 난청 소견을 보이다가 병의 경과가 진행함에 따라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진행하였다.
이성매독은 선천성, 후천성 매독의 어느 단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매독에서의 난청 발생 기전은 뇌수막미로염(meningolabyrinthitis) 혹은 측두골의 골염(osteitis)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성매독에서는 신경매독에서 보이는 양상과 마찬가지로 뇌수막염(meningitis)에 의한 전정와우신경의 위축 혹은 급성 미로염(acute labyrinthitis)이나 전정 신경염(vestibular neuritis)이 확인되기도 한다[9]. 이러한 기전 외에도 이성 매독과 관련된 돌발성 및 진행성의 청력감소와 전정 기능 장애의 발생 기전으로 측두골의 골염과 이어지는 내림프 수종이 제시되고 있다[11]. 이러한 염증성 반응에 의해 주위의 골이 섬유 조직으로 대체되고 컴퓨터단층촬영상 미로골낭(otic capsule) 주위가 벌레를 먹은 듯한 모습이 확인될 수 있다[12]. 이번 증례에서는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중뇌연수막과 7, 8번 뇌신경막을 따라 조영 증가되는 소견이 확인되어 연수막염(leptomeningitis)의 소견을 보였다.
이성매독은 감각신경성 난청의 원인 중 잠재적으로 가역적인 원인 중 하나이며 좋은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필수적이다. 치료는 신경매독에 준한 치료가 필요하며, 14일간 고용량의 수용성 페니실린 G를 정주하며 페니실린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경우 tetracycline이나 ceftriaxone을 사용해 볼 수 있다. Bettuzzi 등[13]은 신경매독에서 ceftriaxone이 페니실린 G와 치료 효과가 비슷하며 잠재적으로 입원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매독은 치료 후 임상학적 혹은 혈청학적으로 치료 성패를 평가하며, 신경매독의 경우 추가적으로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하여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 본 증례에서 페니실린 G는 제약회사에서 생산이 거의 없으며 병원 내 재고량 부족으로 ceftriaxone을 사용하였고, 치료 후 뇌척수액 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였다. 이성매독에서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염증을 감소시키고 매독균의 내독소에 의해 발생하는 전신 과민 반응인 Jarisch-Herxheimer 반응을 예방하여 청력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14]. 본 증례에서는 환자가 장기간 면역억제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동안 특별한 면역저하나 기회감염이 없음을 확인하며 약물을 사용하였다.
본 논문은 강직성 척추염으로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던 환자에서 양측성 난청이 발생한 증례로 환자는 초기 두통,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있었으나 환자의 부정확한 병력과 불규칙한 병원 내원으로 진단이 지연되고 적절한 신경매독에 대한 치료가 지연됨으로써 양측성 난청이 일부만 회복된 증례이다. 인터루킨 17은 조력 T세포(helper T cell) 중 한 종류인 Th17 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으로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질병과 연관된다. 인터루킨 17은 자가면역 질환과 염증성 질병을 조절하는 역할도 있지만 인터루킨 17이 후천성 T세포 면역 반응을 통해 CSF의 매독균에 대한 제거에 관여한다는 보고가 있다[3,4]. 매독균은 초기 단계에 CSF로 침범하지만 대다수의 환자들에 있어서는 특별한 치료 없이 면역 반응에 의해 CNS에 침범한 매독균은 제거된다[15]. 이러한 면역 반응에 의해 일반적인 신경매독은 매독균의 일차 감염 초기에 나타나지 않고 몇 년 지나서 나타나게 되나, HIV와 같은 면역저하자들은 전격성 과정을 통해 신경매독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다[2]. 이번 증례에서도 장기간 면역억제제 사용과 더불어 항인터루킨 17A 단일클론항체 사용으로 인한 인터루킨 17의 억제가 면역저하자들처럼 신경매독의 전격성 진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에서는 매독에 대한 임상적 진단과 함께 항생제 치료 후 우측 청력의 부분적인 호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상에서 양측성 돌발성 난청은 주로 자가면역질환과 연관하여 진단을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매독을 고려할 때, 양측성 돌발성 난청이 올 경우 이성매독에 대한 진단을 고려하여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매독은 가역적인 감각신경성 난청의 원인 중 하나이고 면역저하는 매독 감염 후 청력저하를 갑작스럽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면역 조절 치료 중인 환자나 면역저하자들이 청력감소 증상이 있을 경우 매독에 의한 가능성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