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일반적으로 외이도성형술(meatoplasty)은 만성 중이염에서 개방동 유양돌기절제술(canal wall down mastoidectomy) 시 외이도 입구를 넓히기 위해 시행되는 술식으로, 외이도 개구부를 충분히 확대하여 수술 후 공간의 환기와 소독을 용이하게 하는 필수 단계로 알려져 있다[1]. 충분한 외이도성형술로 외이도 개구부를 크게 확보하면 외이 및 유양동 공동 내 통풍을 개선하여 세균 증식과 잔사(debris) 축적, 재발성 염증을 줄여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 반대로 수술 시 외이도성형술이 불충분하여 외이도 개구부가 좁게 남는 경우, 수술 후에 육아조직 형성이나 만성 이루가 지속되는 등 불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2]. 이처럼 외이도 개구부의 만성 협착이나 협소는 만성 외이도염을 유발하여 이루의 만성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최근에도 적절한 외이도 개구부의 확보를 위한 다양한 변형 술식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는 수술 후 외이도의 환기와 관리에 있어 외이도성형술이 중요한 역할을 함을 시사한다[3-6].
한편, 만성 이루를 보이는 환자들 가운데 실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유양돌기 내 병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외이도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협착되었거나 외이도 개구부가 좁을 경우, 비록 중이나 유양돌기에는 병변이 없더라도 외이 내부의 환기 불량과 분비물 저류로 인해 반복적인 이루가 발생할 수 있다[7]. 특히 고령 환자에서는 연골의 탄력 섬유가 퇴행성 변화로 약해지고, 이주(tragus) 및 연골부가 중력 방향으로 처지면서 외이도 입구가 좁아질 수 있다[8]. 이러한 해부학적 변화는 외이도 환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습윤·감염 환경을 조성해 만성 이루나 이구(cerumen) 저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병태에서는 외이도 개구부만 넓혀줘도 중이 및 외이도의 환기가 개선되어 이루 배출이 용이해지고, 광범위한 유양돌기 수술 없이도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고막천공이나 삼출성 중이염과 같이 중이 병변으로 수술이 예정된 환자에서도 수술 전에 항생제 투여와 반복적인 귀 세척 및 드레싱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도 이루가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좁은 외이도 입구 때문에 환기·배출이 원활하지 못하면, 수술 후에도 습윤한 환경이 지속되어 이차 감염·육아조직 형성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에서는 고실성형술이나 유양돌기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외이도성형술을 병행하여 외이도 개구부를 확보해 주면, 수술 부위의 건조 유지와 환기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저자들은 재발성 이루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국소적으로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는 외이도성형술 술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방 법
수술 술기
시술은 국소마취하에 외래나 간단한 수술실에서 시행한다. 우선 국소 1% 리도카인에 1:100000 에피네프린을 혼합한 용액으로 외이도 입구 피부와 연골부에 충분히 마취제를 주입해 마취와 혈관 수축을 동시에 확보한다. 마취가 충분해지면 외이도 상벽과 하벽을 연결하는 부채꼴 모양의 U자형 절개선을 디자인하고(Fig. 2A), 메스를 이용하여 피부를 따라 절개한다. 절개 후 무딘 가위(Metzenbaum scissors)를 사용해 피부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피부와 피하조직을 연골에서 박리하여 피부피판을 전방으로 들어 올린다(Fig. 2B). 피판을 충분히 젖히면 이주 연골(conchal cartilage)과 외이도 연골부가 노출되며, 외이도 개구부를 좁히는 돌출 연골 부위를 선택적으로 일부 절제한다(Fig. 2C). 과도한 절제는 피하고 필요한 최소량만 제거해 외이도 직경을 넓힌 뒤, 입구가 확장되면서 남게 된 피부 여유분을 가위로 정리하여 매끄러운 경계를 만든다(Fig. 2D). 이후 피부피판을 원위치에 되돌려 덮고, 비흡수성 실을 이용해 봉합하여 절개선 안쪽 피부가 당겨지면서 외이도 입구가 원형에 가깝도록 고정한다(Fig. 2E). 봉합이 끝나면 확대된 외이도 직경을 확인해 충분한 개방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한다. 절개 부위에는 항생제 연고를 도포하고 소량의 멸균 거즈를 가볍게 덮어 시술을 마친다. 전체 소요 시간은 약 30분 이내이며, 국소마취 시술이므로 회복실 관찰 후 바로 귀가가 가능하고 일상생활에 큰 제한이 없다.
수술 후 관리
시술 후에는 외이도 청결 유지, 과도한 수분 노출 회피, 정기적 외래 추적을 교육해 재협착과 재발성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첫 1주 동안은 외래에서 드레싱을 교체하며 출혈이나 혈종 발생 여부를 확인한다. 1주째 내원 시 봉합사를 제거하고, 육안 및 내시경으로 외이도 입구 확대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한다. 이후 초기 상피화가 완료되는 4주까지 외래 추적하며 외이도 입구 협착 재발이나 이루 지속 여부를 관찰한다(Fig. 2F). 통증은 경미하여 시술 후 48시간 동안 일반 진통제만으로 조절된다.
결 과
단독 외이도성형술은 기존의 외이도성형술의 적응증을 확장하여, 만성 중이나 유양돌기 수술적 치료가 필요 없는 반복성 이루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이루 조절을 달성할 수 있는 유용한 술식이다(Fig. 3). 본 술식의 가장 큰 장점은 시술의 간단성과 안전성이다. 국소마취하 외래 시술로 시행 가능하며, 수술 시간이 짧고 술후 회복이 빨라 환자 부담이 적다. 또한 귀 뒤나 측두부에 외부 절개를 가하지 않고 기존 외이도 경로를 통해 접근하므로 미용상의 문제도 최소화된다. 시술 과정에서 절제 범위가 제한적이고 정상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 역시 매우 낮다.
단독 외이도성형술이 모든 이루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막 천공이 크거나 만성 감염, 진주종 등 중이 병변이 동반된 경우에는 고실성형술이나 유양돌기절제술과 같은 근본적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환자에서도 수술 전 외이도 입구가 좁아 이루 배출이 어려운 경우, 중이 수술과 외이도성형술을 병행해 수술 직후 건조 유지와 환기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Fig. 4).
지금까지 외이도 개구부를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변형 술식이 소개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1996년 처음 보고된 M자 외이도성형술(M-meatoplasty)은 외이도 입구 피부피판을 들어 올린 뒤, 이주 연골을 반달 모양으로 절제하고, 외이도 골부 피부피판을 절개하여 외측으로 당겨 봉합함으로써 하부 외이도 입구를 넓히는 방법이다[5]. 이후 M자 외이도성형술을 변형한 MO-외이도관성형술(MO-meatocanaloplasty)이 제안되었는데, 이는 기존 M자 외이도성형술 술식에 상벽 골부 드릴링을 추가하여 상·하부 협착을 동시에 교정하도록 고안된 기법이다[6]. 두 술식 모두 외이도 개구부를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절개 범위가 비교적 넓거나 추가 골부 조작이 필요해 술기 단계가 다소 복잡할 수 있다. 본 글에서 소개된 외이도성형술은 피부 절개와 연골 절제 범위를 최소화하면서도 외이도 입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기존 술식보다 시행이 더 간단하고 수술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단독 외이도성형술은 반복적으로 이루가 발생하지만 광범위한 중이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술식이 단순하고 안전하여 국소마취만으로도 충분히 시행 가능하며, 전신마취로 중이 수술을 진행할 때 추가 단계로 쉽게 병행할 수도 있다. 수술 후 통증과 불편감은 경미하고 합병증 발생률이 매우 낮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은 외이도성형술의 역할을 기존의 개방동 유양돌기절제술 보조 단계에서 벗어나, 재발성 이루를 위한 독립적이면서도 병행 시행 가능한 치료 옵션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