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ress for correspondence : Mi-Kyung Ye, MD, Department of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Catholic University of Daegu, School of Medicine, 3056-6 Daemyeong 4-dong, Nam-gu, Daegu 705-718,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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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선천성 무후각증은 후각의 소실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후각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매우 드문 질환으로 Kallmann 증후군 같은 선천성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의 동반이나 가족력 없이 단독으로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1) 국내에서는 아직 보고가 없다. 선천성 무후각증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어 냄새에 대한 개념이 없으며 스스로 장애를 의식하지 못하므로 대부분 진단이 늦게 이루어진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있으면 소아기에 발견이 되지만 성인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1)
저자들은 후각장애를 주소로 내원한 성인 환자에서 선천성 무후각증으로 진단된 두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증 례 1
31세 여자 환자로 무후각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어린 시절부터 냄새를 맡지 못했으며, 특이한 병력이나 두부 외상, 심한 상기도 감염 등의 과거력이 없고, 복용 중인 약물도 없었다. 가족력 상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고, 생리주기는 일정하다고 하였다. 지능이나 육체 발달 정도는 정상이었으며, 어떠한 기형도 발견되지 않았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축농증의 과거력도 없었으며, 비내시경 소견 상 점막 상태는 정상이었고, 비용이나 해부학적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후열은 잘 열려있는 상태였다. 후각 검사[Korean Version of
Sniffin' Stick(KVSS) test]상 무후각증에 해당하였으며, 모든 후각 자극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각은 정상이었으며, 혈청 성선자극호르몬 수치는 정상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사상판(cribriform plate) 상방의 후신경구에 후구(olfactory bulbs)와 후삭(olfactory tracts)이 관찰되는 정상 소견과 달리(Figs. 1A and 2A), 증례에서는 이들 후각신경로가 보이지 않았다(Figs. 1B and 2B). 인접한 전두엽 기저부 및 뇌의 다른 부위는 정상 소견을 나타내었으며, 기형이나 종양은 없었다.
증 례 2
42세 여자 환자가 후각장애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언제부터인가 냄새를 못 맡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으며, 어릴 때부터 냄새를 맡은 기억이 한 번도 없다고 하였다. 코 부위에 외상을 한 차례 받은 적이 있으나 외상과 후각장애 발생은 연관이 없었다고 하였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2년 전부터 갑상선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 외에 특별한 과거력이나 가족력은 없었고, 정상 분만을 통해 태내감염 등의 과거력 없이 태어났으며,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고, 자녀와 다른 가족들은 후각장애가 없다고 하였다. 비내시경 소견 상 비중격이 우측으로 편위된 소견을 보였으며, 점막 상태는 정상이었고 후열 부위에는 특별한 병변이 관찰되지 않았다. 후각검사 상 무후각증이었고 미각장애는 없었으며, 혈청 성선자극호르몬 수치는 정상이었다.
촬영한 뇌 자기공명영상 소견 상 양측 후구는 보이지 않았으며, 후구에서 후삭으로 이행되는 부위에 저형성된 후각 신경의 잔유물로 생각되는 얇은 띠 모양의 신호가 관찰될 뿐이었다(Figs. 1C and 2C). 뇌실질의 병변이나 다른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고 찰
선천성 무후각증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다른 선천적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1) 가장 흔한 질환은 Kallmann 증후군으로, 남아에게 더 많으며 X염색체 연관 유전자 질환이다. 후구의 발생장애로 인한 무후각증과 함께 왜소한 생식기, 잠복 고환증, 청력장애, 색맹, 지능장애 등을 동반할 수 있고,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2) 그 외에도 선천성 후각장애와 관련 있는 질환으로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Riley-Day 증후군, Pena-Shokeir 증후군 등이 있다.3)
가족성 무후각증은 1918년 Glaser4)가 말더듬, 절치(incisor)의 상실, 탈장, 넓은 엄지 손가락, 과도한 성적 호기심 등과 함께 나타나는 무후각증이 한 가족에서 나타나 X염색체 관련 유전이라고 처음 보고한 바 있고, 이후 Lygonis5)는 4세대에 걸쳐서 상염색체 우성 유전으로 나타나는 유전성 무후각증에 대해 보고하였다. 본 증례와 같이 다른 선천성 질환과의 연관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력도 없이 선천성으로 무후각증만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후천성으로 후각장애가 발생하여 병원을 내원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무후각증보다는 저후각증이 많고, 두부 손상, 상기도 감염, 수술, 유독가스 흡입 등 후각장애가 일어난 시점이나 원인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으며, 장애로 인한 불편감을 크게 호소한다. 음식에 대한 풍미를 느끼지 못하게 됨으로써 식욕을 잃게 되거나, 반대로 맛을 느껴보려고 과식을 하기도 한다.6) 반면 선천성 후각장애의 경우에는 환자 자신이 장애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무런 불편감이 없으며, 무후각증이라는 것이 전형적인 특징이다. 다양한 음식의 향을 느끼지 못하므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네 가지 기본 맛으로만 음식 맛을 설명하는 경향을 보이고, 정상 기능을 가진 삼차신경, 설인신경,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수가 많으며, 맛보다는 씹히는 감촉이나 색깔로 음식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1,7,8)
선천성 무후각증의 진단은 환자가 태어나서 한 번도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다고 할 때 내려지는 진단이지만, 기억해 내기 어려운 6세 이전에 후각을 잃었을 경우와 감별이 어려운 수가 많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의 외상이나 심한 상기도 감염 등에 대한 병력을 환자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그 부모에게도 자세히 문진을 해야 한다. Leopold 등8)은 소아에서 어떤 사건 이후로 행동이나 음식을 먹는 양상이 달라졌다면 후천성 후각장애를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고, 후두부의 외상은 후각소실을 더 많이 일으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선천성 무후각증의 경우 장애를 포착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전적인 이상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를 전신에 걸쳐 체계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반된 선천성 기형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상기도 감염이나 외상 등의 과거력을 비롯하여, 가족력, 장애의 기간, 정도, 동반 질환 등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와 함께 비강 및 비인강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여 비강 질환에 의한 후각 이상을 배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객관적인 후각 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부비동 컴퓨터단층촬영은 전도성 무후각증의 해부학적 또는 염증성 원인을 쉽게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며, 뇌 컴퓨터단층촬영이나 뇌 자기공명영상으로 후신경구 수막종(olfactory groove meningioma), 뇌하수체 종양, 수막뇌류(meningoencephalocele) 등의 뇌 내 이상을 감별할 수 있다.1)
자기공명영상은 후각과 관련된 뇌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매우 민감하며, 특히 고해상도 관상면 T2 강조영상은 후구와 후삭의 구조를 평가하는데 가장 도움이 된다. 관상면 T2 강조영상에서 후구와 후삭의 결손 또는 저형성을 구별할 수 있으며 인접한 전두엽 기저부와 대뇌 변연계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9) Yousem 등10)은 선천성 후각장애 환자 25명의 자기공명영상을 분석한 결과
68~84%에서 후구와 후삭의 소실을 보였으며,
16~32%에서는 저형성(hypoplasia)을 보여 전례에서 후구와 후삭의 병변이 관찰되었다고 하였다. 반면 전두엽과 측두엽의 체적 감소는 소수에서만 미약하게 관찰되어, 선천성 후각장애는 대뇌가 아닌 후구와 후삭의 병변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선천성 후각장애 환자에서 조직 검사를 시행한 보고에 의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후각 상피가 없어지고 호흡 상피로 대체되어 있으며, 일부 후각 상피가 남아 있었던 경우도 비정상적인 소견을 보였다고 하였다.2,8)
일단 선천성 무후각증으로 진단이 되면, 불행하게도 후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후각을 되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지 않도록 충고를 해주고, 화재 대비에 대한 교육과 유독가스 감지기 등을 설치하는 것을 권장하며, 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날짜를 기입하게 하는 등 세심한 상담이 필요하다. 다행히 선천성 무후각증 환자들은 후각을 경험한 적이 없으므로 후각을 박탈당한데 대한 상실감이 없어, 후천성 환자처럼 달거나 짠 음식을 탐닉한다든지 우울증 등의 정서장애를 겪는 일은 드물다.8)
무후각증으로 내원한 환자들에서 세심한 병력 청취를 시행하여 선천성이 의심이 되면 비강 내시경 검사와 후각 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후각 점막의 조직 검사가 도움이 된다. 또한 방사선학적 검사를 시행하여 비강 질환의 여부와 후구 및 후삭의 발달 정도를 확인하여야 하며, 연관된 유전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전신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여러 결과를 종합하여 중증도와 예후를 판단하여 환자에 맞는 적절한 조언과 처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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