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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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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루게릭병은 임상적으로 근위축, 근력약화, 섬유속성연축, 연하장애, 그리고 발성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신경계 병변이다. 대뇌 및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에 근육위축가쪽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이라 불리며, 1930년대 이 질병을 앓았던 운동선수의 이름에 기원하여
"루게릭병"이라고도 불린다. 루게릭병은 매년 10만명당 1명 정도로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기는 하나 초기증상으로는 근육연축, 근육경직, 어눌한 말투, 비음 등이 나타나다가 증상 발현
2~4년 내에 결국 호흡근의 마비를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1) 비음은 비강내의 공명이 불완전하게 일어나 목소리가 고르지 못한 것으로 공명이 지나친 것을 개방성 비음(rhinolalia aperta), 불충분한 것을 폐색성 비성 (rhinolalia clausa)이라고 한다. 비강으로의 공기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은 연구개의 상승이나 인두 후벽의 수축으로 일어나는데 이러한 기능이 저하되면 비강내로 공기가 새어 나가면서 비강내의 공명이 지나치게 일어나 개방성 비음이 발생한다. 이러한 개방성 비음은 구개열, 아데노이드 절제술 후, 편도의 비대와 같은 여러 원인에 의해 동반될 수 있는 이비인후과적인 증상으로 이비인후과 진료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그러나 신경과적 원인에 의해서도 개방성 비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저자들은 개방성 비음을 주소로 이비인후과를 내원한 환자에서 초기 루게릭병으로 진단된 사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6세 남자 환자가 수개월 전부터 시작된 개방성 비음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수개월 전부터 목에 이물감이 있고 비음이 발생하여 본원에 방문하였다. 이학적인 검사상 경도의 비중격 만곡과 수양성 비루가 관찰되었다. 외래에서 시행한 Multiple Allergen Simultaneous Test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임상적으로 알레르기 비염 의심하에 2개월간 항히스타민제 치료를 시행하였고 4개월간 경과를 관찰하였다. 환자의 수양성 비루 증상은 좋아졌으나 비음이 지속되어 음성평가를 실시하였다. 음성평가상에
"구개파열자(cleft palate)를 위한 비음화 진단도구를 이용한 과대비음화 검사(hypernasality
test)"에서 10개 항목 중 7개 항목에서 과대비음화를 관찰하였다(Fig. 1). 교호운동(didochokinesis) 중 교대운동속도(alternate motion rate) /papapa/와 /tatata/는 평균 5회 이상으로 정상범위 내에 있었고, /kakaka/는 평균 2회로 정상보다 현저히 저하되어 있었다(Fig. 2A). 연속운동속도(sequential motion rate)은 평균 2회 이상으로 정상범위에 있었다.
음성평가 후 다시 시행한 이학적 검사상에 연구개의 움직임이 저하되어 있는 소견이 관찰되어 신경과적 원인의 비음이라 판단하여 신경과에 의뢰하였다.
신경과에서 시행한 문진상에 약 1년 전부터 왼쪽 어깨에 힘이 조금씩 빠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발음이 잘되지 않는 증상이 있었으나 큰 불편은 호소하지 않았다. 가족력상 특이사항은 없었다. 이학적인 검사상에 혀의 위축과 섬유속성연축이 관찰되었고 상지 근력이 떨어져 있었으며 심부건 반사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자기공명영상상 T2-강조영상에서 피질척수로에 고음영을 보이는 것 외에는 다른 기질적 원인을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다(Fig. 3). 신경전도 검사는 정상이었고 근전도 검사상 양성예파(positive sharp wave)를 보였다. 이를 통해 환자는 루게릭병으로 진단받고 퇴원하여 현재 보존적인 치료 중이다. 외래 경과관찰하며 8개월 뒤에 시행한 음성평가 중 교대운동속도에서 /papapa/, /tatata/, /kakaka/ 모두 이전보다 속도와 어음 명료도가 현저히 저하된 소견을 보여 병의 빠른 진행을 볼 수 있었다(Fig. 2B).
고 찰
루게릭병은 대뇌 및 척수의 상위 운동신경세포와 하위 운동신경세포의 점진적인 파괴를 특징으로 한다. 1830년 Bell에 의해 처음으로 비가역적, 치명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으로 기술되었고 1874년 Charcot에 의해 조직학적으로 척수의 가쪽 부위의 경화증이 동반되어 근육 위축이 함께 일어나는 병이라 하여 근육위축가쪽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로 명명되었다.2) 매년 인구 10만명당
1~2명 정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1) 증상 발현 후 약
2~4년의 짧은 기간 내에 점진적인 근력마비가 발생하며, 결국 호흡근마비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질환의 기전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가설로는 신경독성물질의 작용, 유전적인 요인, 바이러스, 자가면역질환 등이 있다. 현재 주요 가설으로는 신경전달에 필수적인 칼슘과 아미노산 특히, 글루탐산의 이상으로 신경독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들이 과도하게 신경으로 유입이 되면 세포의 대사장애를 일으켜 결국 신경에 병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2) 루게릭병은 초기증상으로는 근육연축, 근육경직, 어눌한 말투, 비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초기증상은 아주 미약하여 보통 간과하기 쉽다.3,4,8) 특히 사지를 먼저 침범하게 되면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거나 글씨를 잘 쓰지 못하고 작은 물건을 잘 집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구마비가 오게 되면 혀와 목 근육의 마비가 오게 되며 혀의 움직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발음이 불명확해진다.1,6) 발음시에는 연구개가 인두 후복벽에 밀착되어 비강과 구강의 교통을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후두의 성대를 진동하여 나오는 음성이 입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하지만 구마비로 인후두 부전증이 오게 되면 비강 및 구강의 차단이 완전하지 않아 음성이 비강으로 새어 나오게 되고 과대비음과, 비강으로 공기의 유출 등의 증상이 유발된다.5)
이번 환자의 경우 "구개파열자를 위한 비음화 진단도구"를 이용한 과대비음화(hypernasality) 검사에서 10개 항목중 7개 항목에서 과대비음화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 검사는
"비(pi)-, 배(pæ)-, 버(p∧)-, 베(pe)-, 보(po)-, 뵈(pØ)-, 붜(pw∧)-, 브(pou)-, 바(pa)-"로 이루어진 단어의 모음을 길게 연장하고 읽다가 코를 잡아 소리의 변화가 있는지를 보는 것인데 만약 소리가 변한다면 이는 연구개의 부전을 의미한다.
구강 조음기관 이상의 상대적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 중
"파, 타, 카"와 같은 정해진 음절의 반복에 대한 속도(rate)나 정확성(accuracy)을 측정하는 것을 교호운동이라 한다. 보통 교호운동으로
"파파파…", "타타타 …", "카카카 …" 등과 같이 동일한 음절을 교대로 반복하는 교대운동속도와
"파타카파타카파타카 …"와 같이 음절의 조합을 반복하는 연속운동속도를 실시하는데 /파파파/는 입술, /타타타/는 설첨, /카카카/는 연구개의 운동을 볼 수 있는 검사로 성인의 동일 음절패턴 반복 횟수는 초당
5~6회가 정상범위이다. 이번 사례에서는 연구개의 기능을 볼 수 있는
"카카카 …" 교대운동속도에서 속도, 조음정확도 모두 정상과 비교시 현저히 저하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환자가 구마비까지 함께 동반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이번 환자에서 시행한 음성평가 등은 대부분 주관적인 검사로서 Nasometer 등의 객관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었다.
루게릭병의 진단은 아직 확진 방법이 없어서 임상적, 전기생리학적, 병리조직검사, 방사선학적인 소견을 종합하여 다른 질환을 배제해야만 진단을 내릴 수 있다.7,8) 영상학적으로는 자기공명영상(MRI)상 T2-강조영상에서 피질척수로에 고음영을 보인다.9) 이러한 고음영은 정상인에서도 간혹 관찰될 수 있으나 이번 증례의 환자처럼 신경학적인 증상과 함께 이러한 소견이 보인다면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약 1년 전부터 미약한 사지의 위약, 발음장애가 있었으나 환자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였고 개방성 비음을 주소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한 경우이다. 개방성 비음은 구개열, 아데노이드절제술 후, 편도의 비대와 같은 이비인후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에 의해서 유발되기도 하지만 여러 신경학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비록 이번 사례처럼 루게릭병 환자를 조기에 발견했어도 환자의 치료 경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였겠지만 개방성 비음으로 내원하는 환자에서 연구개의 운동성을 관찰하고 간단한 신경과적 문진 및 신체검진을 하는 것이 다른 신경과적인 원인을 배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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