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와우골화(labyrinthitis ossificans)는 와우 내강이 섬유화 되고 골화되어 폐쇄되는 질환이다. 발생 원인으로는 세균성 뇌막염, 만성중이염, 진행된 이경화증, 자가면역질환, 측두골(temporal bone) 골절 및 측두골 종양 등이 있다[1]. 이러한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감염이 뇌막성(meningogenic), 고실성(tym-panogenic) 및 혈행성(hematogenic), 내이로 전파되어 내이의 화농성 변화를 야기한다. 결국 이러한 내이염으로 인해 내이조직은 섬유화 및 골화되어 폐쇄되며 감각세포들이 손상되어 난청이 발생한다. 고도 또는 심도이상의 난청이 발생하면 인공와우를 통한 청각재활이 필요하다[2].
만성중이염에 의한 와우골화(tympanogenic labyrinthitis ossificans)는 만성중이염을 앓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유양돌기절제술을 시행 받은 환자의 약 2% 정도에서 보고되어 세균성 뇌막염에 의해 발생한 와우골화에 비해 드물다[3]. 와우골화가 동반된 만성중이염에서 인공와우를 시행하는 경우 일차적으로 유양돌기절제술 등을 통해 병변을 제거하고 수개월 후 인공와우를 시행하는 단계적 수술은 그사이 와우골화가 더 진행되어 전극이 불완전하게 삽입될 수 있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중이염의 제거 및 인공와우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모든 전극을 삽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일 수 있다.
저자들은 만성중이염으로 와우 기저부에 골화가 진행된 성인 환자에서 추체아전절제술(subtotal petrosectomy) 및 폐쇄된 고실계(scala tympani) 대신에 전정계(scala vestibuli)를 통해 인공와우 전극을 모두 삽입한 후 양호한 결과를 보인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4세 남자 환자가 4개월 전부터 악화된 청력소실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20여 년 전부터 양측의 중이염으로 간헐적으로 치료를 받았었다. 우측의 청력은 10여 년 전부터 감소되기 시작하였고 좌측은 5년 전부터 감소되기 시작하여 좌측 보청기를 약 3년 전부터 착용하였고 최근 4개월 전부터는 보청기를 통해서도 듣기가 힘들었다. 신체검사에서 양측의 고막은 비후되어 있었고 순음청력검사(pure tone audiometry)에서 양측 모두 농이었다. 언어평가검사에서 categories of auditory performance(CAP)는 1, 일음절단어검사(monosyllabic word test)는 0%, 일상생활문장검사(common phrase test)는 1%였다. 측두골 단층영상검사에서는 양측의 유양돌기는 경화상 변화를 보였으며 중이 및 유양돌기에 연부조직 음영이 관찰되었다. 그리고 좌측 와우 기저부는 정상적으로 관찰되는 연부조직 음영이 일부 관찰되지 않고 골조직 음영이 관찰되었다(Fig. 1). 우측의 난청은 10여 년 이상 되었고 최근까지 청각재활을 시행한 쪽이 좌측이라 좌측의 추체아전절제술 및 인공와우 수술을 결정하였다.
후이개 절개(retroauricular incision)를 통해 외이도 제거 및 이중폐쇄(double layer closure)를 시행하였으며, 외이도 피부, 고막 및 추골 등을 제거하고 유양돌기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외이도는 안면신경관까지 낮추고 침골 등을 제거하였다. 유양동(antrum)을 포함한 유양돌기 및 중이는 육아종 등의 염증 조직들로 차 있었다. 특히 등골 주위에는 심한 육아종성 변화가 관찰되었다. 중이 및 유양돌기 등의 병변을 모두 제거한 후(Fig. 2A) 정원창(round window)의 입구(lip)를 드릴을 이용하여 구멍을 내어 정원창을 노출하였다. 그 후 정원창 전하방 역시 드릴을 이용하여 고실계를 노출하였다. 고실계는 섬유화된 조직으로 폐쇄되어 있어 약 4 mm 정도 섬유화된 부위를 따라 드릴을 이용하여 노출시키려 하였으나, 개방된 내강을 확인할 수 없었다. 내강을 찾기 위해 노출을 지속하는 경우 모든 전극의 삽입이 어려울 수 있어 전정계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 고실계의 상방을 노출시켰다. 전정계는 섬유화된 조직이나 골화된 것 없이 잘 개방되어 있었다(Fig. 2B). 따라서 전극을 전정계를 통해 삽입하였고 모든 전극을 삽입할 수 있었다(Fig. 2C). 사용한 인공와우는 Nucleus CI422 Slim Straight (Cochlear Ltd., Sydney, Australia)였다. 이후 이관을 연부조직 및 골편조직(bone pate)으로 폐쇄하고 복부지방을 이용하여 유양돌기강(mastoid cavity)을 폐쇄하였다. 미리 채취해 놓은 측두근막을 이용하여 외이도 이중폐쇄로 인해 사용된 근연골막 부위를 보강(Fig. 2D)하고 피부를 봉합하였다. 수술 중 시행한 신경반응 원격측정법검사의 모든 전극에서 정상적인 파형이 관찰되었다. 수술 후 3일째 특이사항 없이 퇴원하였고 수술 후 촬영한 측두골 단층영상에서 axial view 및 Poschel’s view에서 전극이 전정계에 위치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3). 수술 후 1, 3개월에 시행한 언어평가에서 각각 CAP는 5, 6, 일음절단어는 55.5, 83.3%, 2음절단어는 75, 80%, 일생생활문장검사는 79, 97%였다(Table 1).
고 찰
고실계는 인공와우 수술 시 수술시야에서 접근성이 좋고 기저막(basilar membrane)과 골성나선판(osseous spiral lamina)에 의해 코르티기관(organ of Corti)과 같은 감각기관이 보호되어 전극 삽입의 표준적인 경로로 이용된다[4-6]. 그러나 세균성 뇌막염 또는 만성중이염과 같은 염증들이 내이로 전달되는 경우 와우도수관이나 정원창 주위의 와우 기저부 고실계의 섬유화 및 골화를 유발하여 고실계를 폐쇄하여 전극의 삽입이 힘들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와우골화는 약 90% 정도가 정원창 주변부에만 국한된 병변으로 정원창 및 정원창 주변의 골화된 부위만 제거하면 고실계로의 전극 삽입이 가능하다[6]. 반면에 약 10% 정도에서는 골화 정도가 심하여 내경동맥이 노출될 때까지 와우 기저부를 제거(drill-out)해야 전극 삽입이 가능하거나 폐쇄된 고실계 대신 전정계를 통해 전극을 삽입해야 한다. 골화된 부위가 기저부 전체 및 전정계를 포함하는 경우에는 와우 중간부/첨부 개창술(middle or apical turn cochleostomy)을 통한 이중 전극(double array electrode) 등을 삽입해야 한다[4].
와우골화 정도가 심할수록 감각신경의 손상은 더 심하며, 수술 시 삽입될 수 있는 전극의 수도 적어, 인공와우 수술 후 결과에 나쁜 영향을 끼치므로 와우골화가 있는 경우 조기에 수술을 해야 한다. 특히 만성중이염으로 인한 와우골화인 경우는 골화가 없는 만성중이염에서 인공와우를 시행하는 것처럼 일차적으로 중이염을 제거한 후 이차적으로 인공와우를 시행하는 것은 와우골화를 더 진행시켜 전극의 삽입을 어렵게 할 수 있어 본 증례처럼 병변의 제거 및 인공와우를 동시에 시행할 수 있는 추체아전절제술이 적합한 방법일 것으로 사료된다.
전정계로의 전극 삽입은 삽입과정에 기저막 등의 손상 및 신경절 세포를 손상시킬 위험이 더 높고 신경절 손상으로 인해 와우 중간부 또는 첨부가 동시에 자극되는 교차자극(cross-turn stimulation)을 야기할 수 있어 술 후 결과가 나쁠 수 있다[7]. 그러나 구조물의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고실계 삽입 중 전극이 전정계로 이탈이 되는 경우 발생하며 전정계 삽입을 처음부터 시도하는 경우에는 고실계 삽입과 비교하여 손상의 차이가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교차자극의 경우는 고실계를 통해 삽입이 되었더라도 긴 전극이 와우 첨부(apical turn)까지 도달한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이다[8-10]. 따라서 전정계로의 삽입자체가 술 후 결과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와우골화 환자에서 전정계를 통한 전극 삽입은 Steenerson 등[6]이 처음 보고하였고 고실계를 통해 전극을 삽입한 환자들과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이 연구자들은 인체 측두골 연구를 통해 중간계(scala media)와 전정계를 합친 단면적과 고실계의 단면적이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 본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였다[11]. Adunka 등[10]도 인체 측두골 연구를 통해 전정계를 통한 인공와우 수술은 라이스너 막(Reissner’s membrane)은 손상되더라도 와우의 골성 구조들이나 감각신경구조들에는 큰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전극이 고실계에 위치한 경우와 전정계에 위치한 경우 영상의학적으로 삽입된 깊이에 차이가 없으며 수술 후 전정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따라서 본 증례처럼 중이염에 의한 와우골화로 생긴 고도 이상의 난청 환자의 경우 가능한 조기에 추체아전절제술과 동시에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하여 와우폐쇄로 인한 불완전하게 전극이 삽입될 수 있는 위험을 낮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고실계를 통한 전극 삽입이 불가능한 경우 폐쇄되어 있지 않은 전정계를 통한 전극 삽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